MZ세대 겨냥, 기부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입력 2022-02-14 16:01
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코로나19 상황은 기부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새로운 기부 방식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가치를 중요하시는 MZ세대에게 맞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IT전문기업 이포넷은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활용한 기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NFT는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해 고유성과 희소성을 지니는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이다.

이포넷은 지난해 12월 사랑의열매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월드를 만들어 MZ세대의 기부를 독려한 뒤 NFT 기부 방식을 고민했다.
기술과학전문인선교회(FMnC) 이사인 이수정 대표는 14일 “MZ세대는 대부분 화폐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기부하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게 목표”라며 “NFT가 익숙해지면 향후 교회나 선교단체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 해외에선 NFT 기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ABC방송 화면 캡처

ABC방송은 지난해 11월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중 하나인 메이시스가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메이크어위시재단과 함께 NFT를 발행, 판매 수익금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의 주요 마스코트를 주제로 한 NFT 9500개를 무료로 발행하고 이를 재판매하면 수익의 10%를 재단에 자동 기부하도록 했다.

메이크어위시미국의 자넬 홀라스 마케팅 부사장은 “사람들은 기부를 인증하는 배지처럼 자선 활동을 하는 대가로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한다”며 “NFT는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NFT 플랫폼을 운영하는 유니크원네트워크(UON)는 NFT로 기부하는 유니크원러브를 만들기도 했다.
UON은 “하버드케네디스쿨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자선 재단이 26만개 이상인데 이 자산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규모가 큰 자산을 유동성 있게 전달하는 데 NFT가 적합하다”고 홈페이지에 설명했다.

NFT를 활용한 기부 형태도 다양하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는 자신이 쓴 첫 번째 트윗을 290만 달러에 NFT로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코로나10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NGO 기브다이렉트리에 기부했다.
그래미상을 받은 미국의 록그룹 킹스오브리온은 지난해 3월 최초로 NFT 기반 앨범을 선보였고 200만 달러의 수익 중 50만 달러는 코로나로 영향을 받은 음악가들 지원에 사용했다. 가족들이 멤버인 이 그룹은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돌며 선교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정서를 음악에 담고 있다.

한국컴패션 제공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서학개미에게 익숙한 ‘소수점 거래’와 유사한 형태의 후원도 있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이 지난 2020년 선보인 ‘같이양육’이다. 주식을 1주 단위가 소수점 단위까지 쪼개 거래하는 소수점 거래처럼 1명의 어린이를 후원자 3명이 각각 월 2만원씩 후원하는 방식이다.
후원금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줄이고 가치 있는 경험은 공유할 수 있다.

지인이 그룹을 만들어 함께 신청할 수도 있고 개인 단위로 신청한다면 컴패션에서 매칭을 통해 그룹을 만들어 준다. 어린이 성장 사진 및 정보, 편지 등 후원 정보는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후원금은 전 세계 가난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의 양육비용과 생일선물금, 어린이들의 재능개발을 위한 교육훈련지원금으로 사용된다.

온라인 사용에 능숙하고 가치 추구를 지향하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했다는 컴패션의 기획의도에 맞게 같이양육의 주요 후원자는 MZ세대다. 1월말 기준 같이양육 후원자 5000여명 중 2030은 약 61%나 된다.
MZ세대로 범위를 좁히면 비중이 66%로 더 늘어난다. 1980~94년 사이 출생자인 밀레니얼(M)세대가 43%, 95~2000년대 초반 출생자인 Z세대는 23%다.

컴패션 관계자는 “이전에도 가족이나 형제, 친구들이 함께 후원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반응도 좋고 코로나 상황까지 겪으면서 ‘같이양육’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 했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