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담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를 검찰과 경찰에게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법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 후보의 검찰권 강화 공약이 발표된 뒤 “검찰제국 NO”라는 짧은 메시지로 맞섰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위한, 국민의 사법, 국민에게 더욱 다가가는 사법 서비스를 실현하겠다”며 11가지 사법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검찰총장을 역임했던 윤 후보가 검찰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尹 “검찰공화국 옛 이야기…정치권력 개입 막아야”
윤 후보는 먼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에게 지휘·감독할 수 있는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기로 했다”며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와 별도로 편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겪었던 갈등을 감안한 공약이란 해석이 나왔다.
‘검찰공화국’이 되지 않느냐 우려에 윤 후보는 “검찰공화국이라 하는 것은 오래전 권위주의 체제 시절에 공안 검찰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검찰, 공정한 검찰로 제 기능을 하느냐 하는 것은 정치권력이 여기에 개입하지 않고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얼마나 존중해 주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답했다.
공수처의 권한도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윤 후보는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법의) 독소 조항을 폐지하겠다”며 “검찰·경찰도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능하고 정치 편향적인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이어 “범죄 혐의가 있는 사건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반드시 신속하게 수사하도록 책임 수사제를 구축하고,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 국민이 경찰 또는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건 송치 전에는 경찰이 자율적으로 수사하되 송치 후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불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이 세 차례까지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연일 맹공 “검찰국가 되면 국민 불행”
이 후보는 이날 윤 후보 검찰 관련 공약이 발표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공화국 YES, 검찰제국 NO”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윤 후보의 검찰·수사 관련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전날 제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한 현장연설에서도 “5년짜리(대통령)가 감히 검찰에 겁도 없이 달려드느냐 생각하는 검찰국가가 되면 누구의 불행이겠느냐”며 “검찰공화국, 공안, 통치국가, 숨도 쉴 수 없는 나라, 경제가 망가지고 서로 갈등과 증오로 대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 숨어 들어가 유인물을 만들어 뿌려야 되는 그런 비민주적인 국가, 폭압의 나라, 공안정치의 나라로 되돌아가고 싶느냐”고 윤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 후보의 이날 반응 역시 윤 후보의 검찰 중심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 측은 이에 “검찰개혁의 핵심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 확보”라고 재반박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없이 수사하도록 하는 것, 대통령과 법무부가 예산편성권을 무기로 검찰을 장악하는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는 것이 윤 후보가 밝힌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