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이 호구냐”…지하철 광고단가 급등에 팬들 뿔났다

입력 2022-02-14 11:07 수정 2022-02-14 12:49
삼성역에 걸린 유명인 지하철 광고. 연합뉴스

스타들의 생일이나 데뷔 기념일 축하 광고가 많이 걸리는 지하철 2호선 역사의 광고 단가가 급등하며 팬덤들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배우 신하균의 5월 생일을 앞두고 삼성역에 생일 광고를 준비하던 신하균 팬덤은 긴급 공지를 올렸다. “400(만원) 정도를 생각했던 삼성역의 모든 자리가 700(만원)으로 통일됐고, 다른 역들도 마찬가지로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소식이었다. 이에 팬덤은 생일 광고를 진행할 역을 다른 역으로 옮기고 비용 모금 기간도 늘렸다.

실제로 14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의 광고 단가는 길이 4.5m 광고판 기준 약 450만원에서 이번 달 들어 700만원대로 50% 이상 올랐다. 삼성역 외에도 유동 인구가 많아 팬덤이 많이 찾는 강남역, 홍대입구역 역시 광고 단가가 700만원대로 올랐다.

이에 EBS 인기 캐릭터 ‘펭수’ 팬들 역시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3주년 축하 광고를 홍대입구역에 준비하다가 광고 단가 상승 때문에 다른 곳으로 위치를 변경했다.

지난해 펭수 데뷔 2주년을 축하하며 걸렸던 지하철 광고. 트위터 캡처

배구 선수 김연경의 팬들도 생일 축하 광고 대상지로 강남·삼성·홍대입구역을 고려했지만 결국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릉역을 택했다.

현재 을지로입구∙건대입구∙잠실∙교대역 등은 약 500만원, 왕십리∙선릉∙역삼역 등은 약 400만원, 이대∙영등포구청∙서초역 등은 약 300만원대로 가격이 책정됐다.

2호선 주요 역사의 단가가 크게 오른 것은 최근 광고 대행업체가 A사에서 B사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지하철 광고는 입찰을 통해 서울교통공사와 계약을 맺은 광고 대행업체가 진행하며 서울교통공사는 개별 지하철 광고 단가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B사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지하철 광고는 입찰을 거쳐 사업권을 가져오는 구조라 가격을 높게 써내야 따낼 수 있다”며 “이번에 우리가 사업권을 가져오다 보니 기존 광고 단가로는 사업의 수지가 맞지 않아 단가를 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팬들은 지하철 광고 단가 급등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너무 대놓고 팬덤들을 호구 취급한다” “코로나로 재택 증가하면서 지하철 재정난 심해진 건 이해하는데 광고 가격 상승은 반겨지지 않는다” “그냥 광고 걸 돈으로 최애 이름으로 기부하련다” 등의 반응이다.

2014년 기준 76건뿐이던 지하철 광고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가 흥행한 2016년 이후 급증했다. 2019년 기준 서울 지하철에 내걸린 아이돌 및 유명인 광고는 총 2166건이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2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엑소 165건, 워너원 159건 등이 뒤를 이었다.

김미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