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 없애면 이런 이점도…“혈당 조절 개선”

입력 2022-02-14 10:47 수정 2022-02-14 10:49
국민일보DB

위장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을 없애면 위암을 예방할 뿐 아니라 혈당 장애를 개선해 주는 이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미만 대사 질환이 있는 남성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헬리코박터 검사 및 제균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공동 제1저자 김원석 전문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용훈 교수)은 ‘헬리코박터파일로리’를 제거하는 제균(除菌) 치료를 통해 당화 혈색소 수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대한내과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Internal Medicine) 최근호에 발표했다.

헬리코박터파일로리는 위 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위염이나 기능성 소화불량, 소화성궤양, 악성 위점막림프종 등을 일으키고, 특히 암 전단계 병변인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의 발생에 영향을 미쳐 위암 발병률을 크게 높인다.

이런 헬리코박터균은 서식지인 위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 외에도 전신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면역 반응 물질) 생산과 분비를 촉진해 대사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019년 김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이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감염증과 대사증후군 위험도 간의 관계를 규명한 바 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헬리코박터 제균 시 대표적인 대사 질환인 혈당장애가 개선될 수 있는지를 밝히고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혈당 변화를 최장 5년에 걸쳐 장기간 추적 관찰하고 이를 헬리코박터 음성 환자 및 비제균 환자군과 비교 분석했다.

혈당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혈중 포도당의 평균치를 추산할 수 있는 ‘당화혈색소(HbA1c)’가 사용됐다. 정상인의 당화혈색소는 4.0~6.0%이며 6.5% 이상이면 당뇨병 진단을 받는다.

분석 결과, 제균 치료 환자군은 치료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화혈색소가 유의하게 감소하며 혈당 조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같은 기간 헬리코박터 음성 환자군이나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과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증가했다. 이와 같은 집단 간 차이는 연구에서 제시한 최대 기간인 5년 후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제균 치료에 따른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집단이 ‘65세 미만’ 및 ‘남성’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65세 이상에서는 헬리코박터 이외에 노화로 인한 고혈압, 당뇨병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비롯해 위암과 대사증후군에 취약하기 때문에 제균 치료의 이점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김나영 교수는 14일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위암을 비롯한 여러 위장 병변을 예방하고 위암 수술 후 사망률을 낮추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장기간 혈당장애가 개선되는 이점을 추가적으로 규명했다”면서 “앞으로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계질환 간의 연관성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