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윤석열 정치보복” 사활…‘친문 지지층 5%’ 결집 주목

입력 2022-02-14 05: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3일 제주도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집권 시 전 정권 적폐청산’ 발언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해당 발언을 ‘보복 정치’ ‘사적 욕망’ 등으로 규정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윤 호보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아직 이 후보로 마음을 정하지 못한 친문·친노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켜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동시에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여사의 ‘과잉 의전 논란’ 등 부정적 이슈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 후보는 13일 제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연설을 통해 “조그마한 것이라도 침소봉대해서 민주당을 완전히 궤멸시켜버리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이 정치 집단이 우리의 미래를 과연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고 윤 후보를 겨냥했다.

이 후보는 “저는 살면서 어떤 독재자도, 어떤 폭력적인 정치인도 대놓고 ‘정치보복을 하겠다’ ‘엄단하겠다’ ‘문을 닫게 하겠다’고 이렇게 폭력을 공언하는 후보를 본 적이 없다”며 “그런 비민주적인 국가, 폭압 정치의 나라, 공안 정치의 나라로 되돌아가고 싶으냐”고 반문했다.

앞서 이 후보는 제주 4·3 추념식 일정에서는 “이 참혹한 보복의 현장에서 다시 보복을 생각하는 상황이 됐다”며 “정치라고 하는 게 살리자고 하는 것인지, 정치가 죽이는 정치가 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대전·청주·세종 지역 현장 연설에서 ‘보복’이라는 단어를 총 18번 사용하며 윤 후보를 직격했다.

이 후보가 연일 윤 후보의 ‘적폐 청산’ 발언을 저격하는 배경에는 ‘민주당 지지층의 완전한 결집’이라는 목적이 깔려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내에서는 현재 광주를 포함해 친문·친노 지지층 등 진보진영의 완전한 결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후보가 집권 시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언급하며 진보 진영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친문·친노 지지층 중 아직 이 후보에게 마음을 주지 못한 5%의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이 결집해야 이 후보가 할만한 싸움이 되는데, 마침 윤 후보가 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언급하며 이들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선대위는 김혜경씨에 대한 ‘과잉의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해당 발언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김혜경씨에 대한 부정적 이슈로 그동안 윤 후보의 ‘무속 이슈’와 김건희씨에 대한 논란이 많이 희석됐다”며 “결국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으로 지난 이슈는 지나가고,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주=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