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당시 “사기 관련성이 없다”고 했던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답변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펀드 운용의 불법성 정황을 포착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장하원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까지 검토하면서 금감원의 사건 인식과 대응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원장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파악하기로는 사기 정황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뭐가 더 나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2020년 7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 문제될 만한 게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당시 윤 전 원장은 “기준가 부풀리기라든지 불법 운용, 펀드 돌려막기 이런 것들도 찾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발언은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책은행으로 대규모 사모펀드 판매에 나섰던 IBK기업은행 윤종원 행장에게 디스커버리 문제를 추궁하던 중 나왔다. 윤 전 원장이 “첨언해도 되겠냐”며 스스로 발언 기회를 청했었다. 그는 일부 위험관리 기준 미비 문제나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있지만 사기 성격이 짙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펀드 피해자들은 윤 전 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반발했다. 환매 중단 사태로 25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사안에 대해 당시 금감원 수장이 직접 나서 디스커버리 펀드를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이의환 상황실장은 “금감원장이 그렇게 단정적으로, 섣부르게 ‘사기가 아니다’라고 예단하는 바람에 사회적 관심이 떨어졌다”며 “금융당국의 제재도 미뤄지면서 디스커버리 측을 감싸준다는 오해만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장 대표의 친형인 장하성 주중대사와 경기고 동문으로, 2018년 5월 조기 낙마한 김기식 전 금감원장에 이어 금감원장에 올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장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지난 9일과 11일 두 차례 소환 조사했다. 장 대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그가 펀드가 부실해질 것을 알고도 피해자들에게 이를 숨긴 채 계속 판매했는지, 신규 투자금을 수익금으로 돌려막는 이른바 ‘폰지 사기’ 수법을 썼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측의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장 대사에 대한 비난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 대사가 고려대 동료 교수 등 주변에 적극 펀드 가입을 권유한 정황이 나온 데다, 공교롭게도 펀드 판매 규모는 장 대사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급증했다. 아내와 함께 6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장 대사는 “위법사항이 없고 펀드 손실도 보전 받은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