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외면할 때, 차민규는 메달 노렸다

입력 2022-02-13 17:08 수정 2022-02-13 18:22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차민규가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깜짝’ ‘다크호스’ ‘반전’ ‘대반란’

차민규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따자 그에게 붙은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선수 생활을 고민해야 할 정도의 부상, 그리고 인고의 재활 과정이 있었다.

그가 4년 뒤 올림픽에서 또 한 번 은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사람들은 또 놀랐다.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메달이었다. 하지만 차민규는 ‘2연속 올림픽 은메달’의 공을 ‘깜짝’이 아닌 자신의 노력에 돌렸다.

차민규는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또 메달을 땄으니 깜짝 메달이 아니다. 그때(평창올림픽)와는 의미가 다르다”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 이번 메달은 그 노력의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임에도 차민규를 향한 메달권 기대는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던 탓이다.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지난해 11~12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저조했다. 1차 대회에서 1차 레이스 18위(500m)로 2부격인 디비전 B로 밀려나기도 했고, 이후에도 10위권 밖을 맴돌았다. 가장 좋은 성적이 2차 대회 1차 레이스 7위였으나 2차 레이스에서는 17위를 기록했다. 이후 ISU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코로나19로 많은 정상급 선수들이 빠진 대회였다.

배경에는 부상, 코로나19로 인한 국제대회 불참, 스케이트 장비 문제 등이 있었다. 차민규의 소속팀 의정부시청 제갈성렬 감독은 “군 대체복무를 지나고 골반이 안 좋아 재활 및 보강 훈련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며 “올해는 스케이트 날도 적응이 잘 안 돼 잠도 못 자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인터뷰 때 ‘일단’이라는 단어를 많이 써서 ‘일단 요정’이란 별명이 붙은 그는 닥친 시련들도 ‘일단’ 하나씩 해결해갔다. 늑골부상이 있었지만 올림픽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평창올림픽 당시 장비 담당 코치였던 장철 코치와 연락해 스케이트 날을 정비했다.

주변에서 외면할 때도 차민규는 금메달을 겨냥했다. 그는 대한체육회 자료집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조용한 곳에서 묵묵히 노력했다.

2018 평창올림픽 메달의 화려함 이전에도 인고의 시간이 있던 차민규였다. 2014 소치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인대가 끊어져 회복해도 선수생활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두 번의 수술과 2년 넘는 재활 끝에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고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도 “큰 부상을 입었을 때 잘하고 싶은데 내 뜻대로 안 될 때 힘들다”며 “현재도 그러한 순간을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