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1시간 통화에도 긴장고조… 미·러, 우크라서 대사관 직원 철수

입력 2022-02-13 16:47 수정 2022-02-13 16:5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시간가량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대화했지만 긴장 완화에는 실패했다. 양국은 자국 대사관 인력을 축소하며 사실상 공관 철수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을 오는 16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에) 광범위한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며 “서방은 위기를 끝내기 위한 외교에 전념하고 있지만 다른 시나리오도 동일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과 동맹국이 단호하게 대응하고, 신속하고 가혹한 비용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두 정상은 62분간 통화했다.

AP통신은 백악관 발표에 대해 “1시간의 통화로 유럽에 임박한 전쟁의 위협이 감소했음을 시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이번 통화는 전문적이고 실질적이었지만 몇 주 동안 지속 중인 역동성에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고 해설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양국 정상 간 통화에 대해 긴장을 진정시키는 데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푸틴은 바이든에게 미국과 나토가 자국 요구에 만족스럽게 응답하지 않았음을 불평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동유럽 내 나토군 철수를 고수하고 있다.

AP는 “이번 대화는 냉전 이래 러시아와 서방 간 최대 안보위기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미국 관료들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규모 유혈사태를 막을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방관은 전날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쿼드(4개국·미국 호주 인도 일본)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언제라도 시작될 수 있는 시점에 있다”며 “명확히 하자면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11일 유럽 정상들과의 긴급 화상회의에서 러시아가 오는 16일 지상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는 미국 측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루마니아와 유럽위원회, 유럽이사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들이 참석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설을 부인했다. 이들은 “서방 당국과 언론이 자신들의 침략적 행위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허위정보를 조직적으로 대량 유포해 인위적 긴장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러 정상 간 통화에 대해 언론에 설명한 미 정부 관계자는 푸틴이 군사행동에 나서기로 최종결정을 내렸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고 AP는 전했다.

현지 상황만 보면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미국 대사관은 12일 이른 아침 트위터를 통해 “오늘 (국무부)는 대사관 내 비긴급 미국인 직원에게 출국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중대한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군 증강에 관한 보고가 계속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CBS방송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대사관 철수가 밤사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다만 모든 직원이 출국하지는 않고 일부는 폴란드 접경인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로 옮겨 현지 미국 시민에게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키예프 대사관 영사 업무는 13일부터 중단한다.

미국은 자국민의 우크라이나 여행 중단과 현지 미국인의 신속한 출국을 권고했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탈출 시간이 24~48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고 CBS는 전했다. 제이크 설리반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남는 경우 떠날 수 있다는 다른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외에도 영국 독일 호주 이탈리아 이스라엘 일본 네덜란드 등 12개국 이상이 자국민에 출국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도 13일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을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정부나 제3국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지 대사관 인력을 축소키로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