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17일 간 사상자 최소 21명… 법 적용은 3건

입력 2022-02-13 16:46
지난 11일 오전 9시26분쯤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물질 제조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작업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남소방서 제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된 후 최소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입건하는 등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안전사고 감축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고용부에 따르면 현재 3건의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17일간 노동자 15명이 사망했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매일 한 명 이상의 노동자가 죽거나 다친 것이다.

중대재해는 법 시행 첫날부터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경기 김포시 고무·플라스틱 제조업 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2.3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상가건물 공사장에서도 노동자 1명이 6m 아래로 떨어져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28일에는 천안 골재 하역장에서 노동자 1명이 깔림 사고로 사망했으며, 이튿날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석재 발파 작업을 하던 삼표산업 하청 노동자 3명이 매몰돼 전원 사망했다.

이달 들어서도 사업장 중대재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충북 음성군 제조업 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사고로 숨졌고 4일 경기 용인시 반도체 공장에서는 노동자 1명이 끼임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또 지난 8일에는 요진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은 성남시 판교 신축건물 승강기 설치 현장에서 작업자 2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같은 날 서울시 마포구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도 60대 남성이 추락사고로 숨졌다.

지난 9일 경기 광주시에서는 지게차 수리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깔림 사고로 사망했다. 11일에는 전남 여수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노동자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12일에는 인천시 중구에서 항만 하역작업을 위해 작업장으로 가던 40대 노동자 1명이 컨테이너 트레일러에 치여 숨졌다.

여러 건의 산재 사고 중 고용부가 중대재해법 수사에 착수한 사고는 양주시 채석장 붕괴사고(삼표산업), 성남시 판교 신축공사 추락사고(요진건설산업), 여수산단 폭발사고(여천NCC) 등 3건이다. 나머지 사고는 대부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까지 법 적용을 유예받기 때문에 현재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

고용부는 지난 9일 1호 수사 대상인 삼표산업의 이종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장 임박한 사례다. 요진건설산업과 여천NCC 경영책임자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요진건설산업은 지난해 중대재해법 제정 후 전문경영인으로 대표이사를 미리 교체해 오너 일가가 처벌받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이 실질적인 안전사고 감축으로 이어지려면 모호한 기업의 안전관리체계 의무사항을 더욱 구체화하고 사업장 규모별로 법 적용 대상을 차등하지 않은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여수산단 사고 등에 대해 철저한 원인조사와 엄정한 수사로 경영자 책임규명을 신속히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