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진료 고되다’ 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동’

입력 2022-02-13 16:28 수정 2022-02-13 17:06

제주도가 중증질환 진료를 전담할 상급종합병원 지정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한해 11만명이나 되는 중증환자들의 ‘고달픈 서울행’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13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종합병원에 대한 실태 조사가 상반기 중 추진된다.

제주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직접 수행하는 이번 연구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추진에 앞서 도내 6개 종합병원의 진료 현황을 분석하기 위한 작업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거나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제주도가 공공보건의료지원단에 과업 수행을 요청했다.

현재 제주에는 중증질환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한해 11만명이 훌쩍 넘는 환자들이 서울로 원정진료를 나간다.

이들이 관외 진료에 쓰는 비용은 2020년에만 1875억원을 넘었다. 당해 제주도민 총 진료비의 16%(1조171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치료 기간 환자와 보호자가 부담하는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포함하면 도민 부담은 더 커진다. 지역완결형 진료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서 의료서비스는 도민 만족도가 가장 낮은 복지 분야로 분류돼 왔다.

현재 전국에는 45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다. 정부는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3년마다 상급종합병원을 평가해 지정한다. 제주는 서울권역으로 묶여 서울시 내 병원과 경쟁하는 구조가 되면서 신규 지정 대상에서 번번이 제외됐다.

특히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인구 100만명 이상 등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판단하면서 제주권 분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제주도는 이번 조사에서 제주지역 의료 서비스 전체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기존 도내 종합병원에 대한 지원 방향 등 전반적인 진료 체계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와 상주인구가 70만명뿐인 여건에서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적자를 어떻게 해소할 지도 과제다.

박형근 제주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13일 “그동안 제주에 지역완결형 의료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왔다”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병원을 포함해 도내 전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연내 나올 예정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