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 쓸었다가 中 악플 테러…차민규 “존중의 의미”

입력 2022-02-13 16:19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2위로 은메달을 획득한 차민규가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메달수여식에서 이름이 호명된 뒤 시상에 올라가기 전 시상대 바닥을 손으로 쓸고 있다. 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차민규가 시상식에서 시상대를 손으로 쓰는 동작을 한 것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이 욕설을 써가며 맹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차민규는 13일 “경건한 마음으로 시상대에 오르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민규는 지난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메달 수여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시상대를 손으로 쓰는 듯한 행동을 한 뒤 시상대에 올랐다. 이어 오른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려 관중에게 인사했다.

중국은 차민규의 동작에 발끈했다. 시상대를 쓰는 행동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 선수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었다. 당시 캐나다 선수들은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이같이 행동했다. 타 종목에 출전한 자국 동료 선수들의 판정에 항의하는 행동이란 분석이 나왔다. 차민규 역시 우리 선수들의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한 현지 매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을 거론하며 차민규의 행동이 규정 위반으로 처벌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은메달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심판을 탓하지 말고 실력을 탓하라” “왜 한국인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할까”라고 비난했다. 일부 네티즌은 한복 논란과 지난해 김치와 파오차이(泡菜) 논란을 거론하며 “한국인들은 뭐든지 남의 것을 훔치려 한다”고 깎아내렸다.

심지어 차민규가 “자신의 묘비를 닦는 것이다”라고 도 넘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차민규의 시상식 세리머니 장면은 전날 웨이보 핫이슈 1위에 오르면서 조회 수가 2억회에 육박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2위를 차지한 차민규가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은메달을 수여받은 뒤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차민규, 금메달 중국의 가오팅위, 동메달 일본의 모리시게 와타루. 연합뉴스

차민규는 논란에 대해 “시상대가 나에게 소중하고 값진 자리기 때문에 더 경건한 마음으로 올라가겠다는 취지였다”며 “그런 의미에서 존중한다는 의미로 세리머니를 했다”고 밝혔다.

이 경기에서 중국 선수 가오팅위가 금메달을 땄지만, 차민규와 다른 조에서 뛰었고, 쇼트트랙에서와 같은 판정 시비는 불거지지는 않았다.

한·중 양국 여론은 개막식 한복 논란을 시작으로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까지 올림픽 기간 끊임없이 갈등을 빚으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상이다.

중국 관영 매체 등 주요 매체는 과열되는 양국 반중·반한 감정을 의식한 듯 경기 결과 외에는 차민규의 시상식 논란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