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무색한 ‘눈꽃산행’ 인파… “녹기 전에 즐겨야”

입력 2022-02-13 15:56
겨울 산행에 나선 등산객들이 최근 강원 홍천군 계방산을 줄지어 오르고 있다. 박장군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 연속 5만명대를 기록 중이지만 주말인 13일 전국 유명 설산에는 올해 마지막 눈꽃산행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13일 오전 6시50분 서울 동작구 사당역 1번 출구 앞 갓길에는 전세버스 10여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차량 앞에는 두꺼운 등산복 차림의 산행객들이 모여 인원 점검에 분주했다. 강원도 태백산, 계방산 등 유명 눈꽃산행지로 떠나는 차들이었다.

차들은 대부분 만석으로 출발했다. 계방산행 28인승 버스에서는 산악회 산행대장이 탑승 전 체온을 측정하고 실명을 확인하는 등 방역수칙을 따랐지만, 방역패스(음성확인·접종증명제) 확인 절차는 없었다. 밀폐된 버스에서 왕복 5시간가량을 이동하지만, 방역패스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모(31)씨는 “예약 때부터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는데 혹시 몰라 마스크를 이중삼중으로 겹쳐 썼다. 불안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번이 아니면 올해 눈꽃이 녹아버릴 것 같아 서둘렀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겹겹이 서 있다. 연합뉴스

계방산 등산로 입구에는 전국에서 온 개인 단위 산행객들의 승용차까지 더해져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정상까지 2시간여를 1m 간격으로 꼬리를 물고 올랐다. 영상권의 따뜻한 날씨에 눈이 대부분 녹았지만, 정상 부근에 남은 설경이라도 사진에 담으려는 발걸음이었다.

산행객들은 대화도 쉴새 없이 이어갔다. 다만 마스크는 습기가 차도 꼭 착용하려는 모습이었다. “야외지만, 오미크론은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산 지점 식당들에는 늦은 점심시간에도 등산객들이 들어왔다.

눈꽃산행 행렬은 다음 주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까지 강원 북부 산간 지방을 중심으로 30㎝가 넘는 눈이 예보됐기 때문이다. 한 산악회 대표는 “벌써부터 마지막 눈꽃산행 즐기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의 정점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깜깜이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부분 등산객들은 함께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산행 무리가 한꺼번에 확진될 위험성도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