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에서 남녀 좌석을 구분해 앉도록 한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독서실 운영업체 A사가 전북 전주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교습정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교육지원청은 2017년 12월 A사가 운영하는 독서실에서 남녀가 섞여 앉아 있는 것을 적발해 교습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남녀 좌석을 구분해 운영하도록 한 ‘전북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를 어겼다는 이유에서였다.
A사는 문제의 조례가 직업수행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교육지원청은 “(해당 시설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범죄 우려가 높다. 좌석을 구별하도록 한 건 최소한의 조치”라고 반박했다.
1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동일 공간 내에서 남녀 혼석을 금지하는 게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고, 한 차례 위반만으로 교습정지 처분을 부과한 건 과도하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항소심은 교습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남녀좌석을 구분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 이성과의 불필요한 접촉 등을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교육지원청은 A사의 독서실 등록 당시 남녀 혼석이 적발되면 1차 교습정지, 2차 등록말소 처분이 내려진다는 사실도 고지했다”고 판시했다.
하급심이 엇갈린 상황에서 대법원은 해당 조례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남녀 혼석 때문에 학습 분위기가 저해되거나 성범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독서실 운영자와 이용자의 자율이 보장돼야 하는 사적 영역에 지자체가 지나치게 후견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