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3시22분쯤 광주시 북구의 한 빌라 건물 3층에 한 여성이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다는 다급한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정신건강센터에서 “상담 중인 대상자가 극단적 선택 우려가 있다”고 경찰에 급히 알린 것입니다.
신고를 받은 광주북부경찰서 우산지구대는 즉시 순찰차 3대와 경찰관 7명을 출동시켰습니다. 현장에서는 20대 여성이 10여m 높이의 창문에 걸터앉아 디딜 곳 없는 허공에 발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119 구조대원들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 위급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빌라 1층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고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 이불을 급히 빌려달라”고 외쳤습니다. 주민이 이불을 전하자 4명의 경찰관은 여성이 매달린 3층 아래로 이불을 펼쳐 들었습니다. 그 순간 매달려 있던 여성이 창문 아래로 추락했고, 경찰관들은 가까스로 여성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추락한 여성은 낙하 충격으로 바닥에 부딪혔지만, 경찰관들이 힘껏 잡아당기며 펼친 이불이 충격을 대부분 흡수하면서 큰 부상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산지구대 1팀 신철규 경감은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원들이 기지를 발휘했다”며 “이불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삶이 힘들지라도 그 힘듦을 혼자서 감당하려 하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서로에게 기대어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이불을 빌리고 여성을 받아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이었습니다. 선뜻 이불을 내어준 주민과 경찰의 신속함으로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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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