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앞으로도 사랑하고 싶은 게임”

입력 2022-02-13 14:36

국내 ‘배틀그라운드’ 프로씬에서 스타 플레이어로 수년간 활약한 ‘피오’ 차승훈과 ‘에스더’ 고정완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매듭 짓는다. 이 둘은 올해 초 은퇴를 공식화하고, 지난달 말 크래프톤 사옥에서 은퇴식을 통해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은 게임단 젠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대회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 ‘펍지 위클리 시리즈 이스트 아시아’ 등에서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 국내 최강 팀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고정완은 젠지 창단 후 원클럽맨으로 쭉 활동한 만능형 선수다. 차승훈은 젠지로 이적 후 오더겸 주포로 활약하며 젠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했다.

은퇴식에서 차승훈은 “이전 팀원이나 최근까지 함께한 팀원들이 (은퇴를) 많이 아쉬워했다. 그래도 앞으로 펼칠 제2의 인생을 응원해 줘서 행복한다”고 전했다. 고정완은 “오래 있었던 팀에서 은퇴를 발표해서 그런지 은퇴식도 해주고 여러 가지로 배려해주는 거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차승훈은 “근래엔 배틀그라운드 하면서 팬들과 어울리고 있다”면서 “거의 매일 배틀그라운드만 14시간 방송하다가, 최근에는 다른 게임 콘텐츠도 해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들어가서 구독자 분들과 같이 얘기하고, 다른 게임도 보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덧붙였다.

고정완은 “제가 개인방송도 안 하다 보니 팬분들이 ‘요즘 뭐 하냐, 앞으로 뭐 할 거냐’고 물어보시더라. 부모님께서도 ‘고생했다, 이제 뭐 할 거냐’고 했다. 저는 일단 쉬기로 했다. 그리고 부모님께는 제가 알아서 돈 잘 벌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퇴 후 계획을) 딱시 생각해 본 건 없다. 일단 좀 쉬다가 결정할 거 같다”면서 “나이 때문에 또 다시 프로 선수로 뛰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e스포츠 코치나 방송을 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배틀그라운드 게이머 분들과 소통하는 것에 유능하다”면서 웃었다.

그는 “여담이지만, 처음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께서 혼내셨었다. 친형이 부모님을 잘 설득해 줘서 프로에 도전하게 됐다”면서 “나중에 상금을 드리면서 좋은 결과를 내니깐 응원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더라”고 전했다.

차승훈은 은퇴 이유를 묻자 “감정적으로 지쳐 있어서 쉬고 싶어서”라고 답하면서 “원래 성격이 불 같고 화도 많이 내는 성격인데, 프로 선수로 배틀그라운드를 하다 보니 성격이 바뀌었다. 조직의 ‘오더(order)’를 맡다 보니 팀원이 상처받지 않을까, 이런 말 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를 고민하면서 나름의 고충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군대를 가기 전 1년 정도는 좀 편하게 지내고 제 2의 삶을 준비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군에 가기 전에 제2의 삶에 대한 기반을 닦아 놔야 되는데, 프로 선수를 하다가 군대를 갔다 오면 그때는 잊혀질까 봐, 가기 전에 방송, BJ 쪽으로 기반을 다지고 떠나려고 한다”면서 웃었다.


고정완은 “저는 배틀그라운드 프로 선수를 하면서 이룰 만큼 다 이뤄봤다고 생각한다. 국내 대회, 아시아 대회, 국제 대회 다 우승해 봤기 때문에 미련이 없고, 젠지에서 은퇴하고 싶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차승훈은 프로게이머의 길에 들어선 계기가 대회 출전에 욕심이 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게임 내에서 친한 사람들과 대회에 나가려고 했는데 거리가 너무 멀고 돈도 많이 들었다”면서 “그래서 찾은 방안이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었다. 프로 팀에 지원서를 내고 합격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팀을 2회 옮겼는데, 젠지라는 좋은 팀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고정완은 “제 꿈은 항상 프로게이머였기 때문에 제가 처음 프로 선수가 됐을 때가 많이 생각난다”면서 “여러 분들이 제 플레이에 칭찬을 해주고, 좋은 팀원들도 만나서 제 가슴 속에 좋은 기억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배틀그라운드는 제 꿈을 이루게 해 준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차승훈은 “배틀그라운드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게임”이라면서 “덕분에 유명해져서 지금의 삶을 누리고 있다. 엄청 좋아하는 게임이고, 앞으로도 사랑하고 싶은 게임”이라고 말했다. 또한 “개인 방송에서 하루에 배틀그라운드만 14시간씩 하고 있다. 다른 게임도 해보고 싶은데 이만한 게임이 없더라”면서 웃었다.

두 사람은 배틀그라운드 프로를 준비 하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차승훈은 “이 게임은 자신감이 전부”라면서 “프로 팀에 갔을 때 피드백을 받을지 언정 빠르게 인정하고, 고치고, 자신감 있게 다시 플레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티격태격하고 얘기도 많이 나눴다. 그렇게 열띤 토론을 하고,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털어버리는 것이 팀에게 도움이 된다. 마음에 감정을 쌓아 두면 대회에서 절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고정완은 “이 게임은 멘탈 게임”이라면서 “멘탈을 단단히 해야 한다.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멘탈을 챙겨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크래프톤 제공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