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 게 아니라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 한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처님 손바닥 위 손오공이 올려져 있는 이미지와 함께 올린 글에서 이같이 썼다. 안 후보가 자신이 예상했던 수준의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깎아내린 것이다.
이 대표는 기존에 안 후보가 대선 완주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안 후보가 완주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안 후보가 사퇴 후 윤 후보 지지선언을 하면 걸맞은 예우를 하겠다”고 압박해 왔다.
이 대표는 이어 안 후보의 기자회견 영상을 공유해 올리면서 “매일 네이버 켜고 자기 이름만 검색하고 계시니까 세상이 본인 중심으로 돌고 단일화 이야기만 하는 걸로 보이시는 것”이라면서 “토론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 15초 나눠주는 것도 대단한 인심쓰듯 하는 사람과 뭘 공유하겠냐”고 비꼬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도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 경선’ 단일화 방식에 대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안 후보가 밝힌 야권 통합 원칙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안 후보가 제안한 방식은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 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여권 지지층이 의도적으로 안 후보에게 표를 던져 결과가 왜곡되는 ‘역선택’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이뤄졌던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어 “안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열망과 대의를 존중해 야권통합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며 “윤 후보는 열린 마음으로 안 후보와 야권통합을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