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서울의 대표적 베드타운인 은평구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서울혁신파크와 상암동 DMC, 진관동을 잇는 문화·체육 관광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서울 중구 등 각 지자체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그는 해당 벨트를 공항철도와 연계해 하루짜리 관광코스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구청장은 13일 은평구청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암동에는 방송국이 많다. 관광객이 연예인을 보러 많이 오시는데 현재는 반나절 정도밖에 머물만한 곳이 없다”며 “서울혁신파크와 불광동, 연신내, 진관동까지 이어지는 문화·체육 관광벨트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약 20여분간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문화 산업 육성 방안을 얘기할 정도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다. 상암동 DMC에서 반나절을 보낸 뒤 연신내와 진관동 등 주요 관광 시설을 둘러보고 공항철도로 떠나거나, 진관동에서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경로가 기본 구상이다.
김 구청장은 “진관동에는 국립한국문학관에 더해 예술인마을, 기독교 역사관이 들어간다”며 “여기에 빙상장과 인라인스케이트장, 럭비장 등 체육시설까지 건립된다. 문화·체육 시스템이 완전히 세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항 철도에 짐을 맡기고 나서는 하루짜리 투어 코스를 개발하려 한다”며 “짐이 없는 관광객은 진관동 등에서 공항버스로 투어를 마치면 된다”고 부연했다.
교통 인프라가 개선된 것도 벨트화에 한몫했다. 김 구청장은 “은평은 교통 분야에선 정말 어려움이 많은 동네”라며 “고양 시 쪽에 큰 신도시가 들어설 때마다 대안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은평새길(제2통일로)을 만들어야 하는데 출구 램프 설치를 두고 관련 구에서 반대가 많아 여러 상황이 어려웠다”며 “광화문 쪽 출구를 분할해서 일부는 성북구로 빠지도록 해 다시 진행되고 있다. 진관동에서 경기도 고양 서오릉로로 연결되는 외곽 대안 도로(통일로 우회도로 사업)도 뚫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헌동 서울도시주택공사(SH)사장은 최근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혁신센터를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대상 후보지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구청장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미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립대가 들어오는 것으로 결정됐고, (혁신센터에 설치될) 복합 문화공간에 대한 구민 기대치도 매우 높다”며 “(2010년) 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오송으로 이전한 뒤 해당 상권이 침체한 상황에서 임대 주택을 넣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파크는 문화·체육 관광벨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청년 미래 먹거리를 위해 준비하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개발 축은 수색역세권 개발이다. 현재 경색된 남북 관계가 완화될 경우 유라시아 대륙 철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구청장의 구상이다. 파리 북부역처럼 수색역에 ‘서울 북부역’을 설치해 서울역에 집중된 철도 인프라를 분산시키고 유럽 진출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김 구청장은 “서울역 광명역 부산역 익산역 등 전국 주요 9개 역에 대한 용역조사 결과 수색역이 가장 가능성이 큰 곳으로 나왔다”며 “서울역의 경우 인프라는 최상이지만 너무 포화상태라고 진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지는 이미 잘 세팅돼있고, 차량기지도 이전 결정됐다. 남북 문제만 조금 더 잘 풀리면 수색역은 앞으로 유럽으로 가는 열차의 출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평 발전 청사진의 주요 정책으로 청년 창업을 꼽았다. 그는 “창업지원센터를 만들고, 사회적 경제도 활성화하고 있다”며 “한 친구는 2년 반 만에 1년에 8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려 대성공했는데, 우리가 인큐베이팅해 내놓은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닭곰탕 집은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배달 수요까지 몰리고 있다고 한다. 가게 종업원들은 유니폼에 ‘은평의 힘으로 은평의 혼을 담아 은평의 역사가 될 것’ 문구를 새겨두고 있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에 있는 남도학숙 은평관, 혁신센터의 청년들을 연계해 ‘은가비길’이라는 청년 창업 공간을 만들고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구민의 생활전선이 튼튼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도 “은평구에 한 300여 곳 되는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게 하겠다”며 “힘든 시기에 서로 도우며 하나하나 성장하는 청년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업과의 연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평구의 ‘아이맘 택시’는 행정안전부의 적극 행정 장관상을 받은 ‘전국구 정책’이 됐다. 나아가 김 구청장은 ‘친정엄마 시스템’ 도입을 구상 중이다. 그는 “아이맘 택시는 서울 여러 자치구에서 따라 한 곳이 많다”며 “출생률도 저조한 상황에서 구가 나서서 디테일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끝나면 아이 엄마가 병원 등 외출할 때 손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친정엄마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라며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친정엄마처럼 병원에서 아이 돌봐주고, 짐 들어주고, 불안해하는 엄마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정의 상당 부분이 구민의 협조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구민의 25%가 자원봉사자”라며 “마스크 품귀현상이 있을 때 바느질기계를 한 동에 두 대씩 사드렸더니 마스크를 청소노동자, 경비원, 어린이집 등에 다 기부하시더라. ‘봉사하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게 은평구민들”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