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 앞 미국 기밀 대방출, 왜?

입력 2022-02-13 11:43 수정 2022-02-13 12:54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의 행보를 전망하는 기밀을 공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 미국 정보 당국이 러시아의 동향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막았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 정부의 기밀정보 공개가 전례없는 수준이라고 전현직 관리를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보전에 능숙한 러시아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 미국도 과거와 차별화되는 공격적 첩보전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공격 자작극’을 벌이려고 공작원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했다고 폭로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를 공격하는 가짜 비디오를 만들어 유포할 계획을 세운다는 정보였다.

또 미국은 또 러시아 특수작전부대의 우크라이나 국경 이동경로를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침공 시점이 오는 16일이 될 것이라는 설도 미국이 동맹국들에 제시한 정보 가운데 하나다. 이처럼 미 정보 당국이 기밀을 해제한 정보는 언론, 국방부, 국무부 대변인 등을 통해 확인돼 공개됐다.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한 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NYT는 전현직 관리의 말을 인용해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가장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어 이 같은 일련의 첩보 공세는 뚜렷한 전략적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 공세를 위한 행보에 차질을 주고 외교를 위한 시간을 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침공 때문에 떠안게 될 각종 비용을 다시 계산할 시간적 여유를 푸틴 대통령에게 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에서 정보브리핑을 담당했던 베스 새너는 “이러한 정보 공개에 크렘린궁과 보안기관은 기겁했을 것”이라며 “더 중요하게는 푸틴 대통령의 선택지를 좁히고 그가 두 번 생각하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첩보전 되치기’를 꺼내는 데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 겪은 시행착오가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당시 미 정보 당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동향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설명했다. 에밀리 혼 국가안보회의(NCS) 대변인은 “특히 2014년부터 러시아가 전반적인 안보와 군사장치 일환으로 정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아울러 그 공간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어떻게 차단해야 하는지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동향과 관련한 기밀을 무더기로 해제하는 데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성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역시 러시아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밀을 공개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 정보 당국 관계자는 “러시아 활동을 더 잘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정보기관이 갖고 있다면 정보원이나 수집 과정을 밝히지 않는 한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원칙을 설명했다.

다만 미국은 과거 잘못된 첩보 때문에 오명을 쓴 적도 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정보에 기반해 전쟁 당위성을 주장했었지만 나중에 그 정보가 허위로 판명됐다.

그러나 미 관리들은 이번 상황은 다르다고 봤다. 우크라이나 접경지를 둘러싼 러시아의 병력 증강이 위성사진에서 확인되는 등 객관적 정황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라크 때에는 이 같은 첩보가 전쟁을 시작하는 근거로 쓰였다면 이번 첩보 공개는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쓰인다는 점도 다르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의 이런 정보전이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 가능성과 관련해 너무 많은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