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 대사관이나 자국민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것과 달리 중국은 별다른 대피 권고를 하지 않았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설 등 정세를 예의주시하라고 당부하면서도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할 것을 더 강조했다.
13일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틀 전 공지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직면한 긴장 관계 형세가 다방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각종 설이 나돌지만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정세 변화를 세심하게 주시하면서 대비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압박 속에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과시하고 있는 중국은 미 정부가 내놓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 경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 대사관은 대신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방점을 뒀다. 중국 대사관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코로나19 상황이 날로 심각해져 거주 중국인이 감염됐거나 귀국해서 확진 판정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연령 아동에 대한 보호 조치를 느슨하게 하지 말고 비행기 탑승 중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중국 대사관은 다음 날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 접종을 신청한 사람은 빠른 시일 내에 지정 장소를 방문해 접종을 완료하라는 공지를 추가로 냈다.
미 정부는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20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기 전에라도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은 늦어도 48시간 이내에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미 대사관은 다음 날 공지를 내 “국무부가 긴급한 임무가 없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대피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일을 오는 16일로 제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 병합한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에 약 13만명의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도 우크라이나에 머무는 자국민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또는 제3국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대사관 인력을 최적화한다고 밝혔다. 공관 최적화는 필수 기능을 수행할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철수시킨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미국 측 경고를 황당한 거짓말이자 히스테리라고 일축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12일(현지시간) 바이든·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 결과를 설명하며 “최근 러시아군의 영토 내 이동과 관련한 상황이 황당한 지경까지 부풀려졌다”며 “침공설을 둘러싼 긴장 증폭이 조직적으로 진행되면서 히스테리가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 언론이 왜 러시아의 의도에 대해 거짓된 정보를 전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없으며 오히려 서방이 의도적으로 침공설을 부풀려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증강하려 한다고 주장해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