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62분간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지만, 긴장 완화를 위한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미국은 전쟁 가능성이 커지자 우크라이나에 머물던 미군을 유럽 다른 국가 재배치를 지시했다.
백악관은 양 정상 간 통화 후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침공한다면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며, 러시아에 신속하고 가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광범위한 고통을 초래하고 러시아의 위상이 약화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동맹과 충분한 조율을 통해 러시아와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 준비가 돼 있고, 다른 시나리오에도 똑같이 준비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통화는 푸틴 대통령 요청으로 성사됐다. 애초 오는 14일 통화를 희망했지만, 미국이 이날로 앞당길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제기한 모든 주제를 다뤘다. 그러나 근본적 변화를 만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두 정상은 향후 며칠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양국의 관련 팀들이 계속 연락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안보 보장에 대한 생각을 전했지만, 불행히도 러시아의 주요 우려 사항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러시아 안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견해를 신중히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조만간 우리의 반응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미국의 히스테리 때문에 앞당겨졌다”며 “미국이 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유럽 정상들과 화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일을 오는 16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100분가량 통화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로 달했다.
미 당국자는 “러시아가 무력 사용이 아닌 외교적 목표를 추구하는데 관심이 있는지 불분명하다. 러시아가 재앙적 행동을 피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위험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근무하던 외교관에 이어 미군 160명도 철수시켰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겠다는 결의의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은 유럽 동부 나토 회원국을 통해 미군을 추가 배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미국과 유럽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노스캐롤라이나 포트 브래그 기지의 병력 2000명을 폴란드에 배치했다. 82공수사단 3000명까지 모두 5000명이 배치된다. 또 독일 주둔 병력 재배치 등을 통해 미군 1000명이 루마니아에 도착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