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단 입주업체 여천NCC에서 폭발사고로 사상자 8명이 발생한 가운데 전문 지식이 부족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위험현장으로 내몰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사고로 태어난 지 한 달 갓 지난 아기를 기르던 새내기 아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 목숨을 잃은 사연 등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9시26분쯤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에서는 폭발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4명이 숨졌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노동자 4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숨진 작업자 4명 중 3명은 여천NCC 하청업체 영진기술에 고용된 직원들이었다. 연령대는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이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거나 결혼이라는 새 출발을 앞두고 있었다. 3명 모두 여수시 삼산면 초도가 고향이며, 사망자 1명과 부상자 1명은 사촌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은 30대 ‘예비 사위’는 소개로 만난 여자 친구와 10년 넘게 연애하다 살림을 합친 지 2년이 됐다. 이들은 올해 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여자 친구의 어머니는 장례식장에서 “어머니, 어머니하며 아들처럼 따뜻했는데 믿기지 않는다”며 서글프게 울었다.
사망자 4명의 빈소는 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또 다른 사망자의 유가족은 “작년 12월 24일에 첫아들을 낳고 매일매일 행복에 겨워했다”며 “그 작은 피붙이를 놔두고 어떻게 눈을 감느냐”고 오열했다.
12일 폭발 사고 유가족 등에 따르면 숨진 작업자들은 관련 업무를 수주받고 진행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2017년 무렵부터 함께 조를 이뤄 공장 설비 현장을 돌며 열 교환기 세척, 플랜트 정비 등의 작업을 도맡아왔다.
유가족들은 사고 당일인 지난 11일 현장에 처음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플랜트 정비·시험 가동 등 현장 경험만 풍부했을 뿐 전문 지식은 없었다는 게 유가족들의 주장이다.
한 유가족은 “여천NCC와 (하청업체) 영진기술은 현장의 안전조치 내용을 비롯해 사고 경위를 상세하게 밝히고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 일용직들에 떠넘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진기술 측은 “일용직 노동자들을 모두 직접 고용했고 이들은 자격증이 없어도 경험이 많아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 작업 계획서에도 전문 인력을 투입했다고 명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열 교환기 기밀시험 중 폭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현장 책임자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리는 한편 여천NCC 3공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혐의도 조사 중이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