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최연소 출전자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6)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그를 둘러싼 여론이 갈리고 있다. 어린 나이에 약물을 접하게 된 발리예바를 안타깝게 여기는 ‘동정론’과 금지 약물 사용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만큼 강력히 징계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맞선다.
발리예바는 출전하는 대회에서 신기록을 거듭 경신해 ‘천재소녀’ ‘신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선수다. 이번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도 금메달이 유력했다.
12일 로이터통신은 “발리예바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많은 사람은 그가 어떻게 금지 약물을 접하게 됐는지에 크게 분노하며 코치, 의사 등 관계자들을 더욱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핑 샘플에서 불법 약물이 검출된 사실보다는 발리예바를 약물 사용으로 몰고 간 주변 어른들에게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취지다.
1984년 사라예보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2회 연속 피겨 여자 싱글을 제패한 카타리나 비트(57·독일)도 “이번 사건은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트는 “부끄러운 일로,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어른들은 모두 영원히 스포츠에서 추방해야 한다”며 “그들이 알고도 한 게 사실이라면 비인간적”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 동메달리스트인 애덤 리펀(33·미국) 역시 동정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발리예바 주변의 어른들이 그를 망쳤다. 이런 끔찍한 상황으로 발리예바를 몰아간 이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발리예바를 원칙대로 징계해야 한다는 원칙론도 만만치 않다.
로이터통신이 소개한 한 트위터 이용자는 “발리예바는 이 시나리오의 희생양이지만, 그의 샘플에서 금지 약물이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사실을 모두가 안다”며 “발리예바를 절대 경기에 출전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발리예바는 반드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림픽은 영원히 더럽혀질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원칙론자들의 주장은 금지 약물 사용이 스포츠 최대 가치인 정직, 공적, 투명성에 위배되는 범죄인 만큼 발리예바도 상응하는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의 강력한 우승 후보인 발리예바는 지난달 12월 러시아피겨선수권대회 때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불법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돼 위기에 몰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1일 발리예바의 금지 약물 복용을 공식 발표했다.
발리예바의 여자 싱글 경기 출전 여부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가려진다. 오는 15일 싱글 경기가 시작되는 만큼 그 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선수들이 팀 피겨 단체전에서 획득한 금메달의 박탈 여부도 CAS 결정에 달려 있다.
러시아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자국명을 쓰지 못하고 ROC 또는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라는 명칭으로 출전했다.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도핑 샘플 조작으로 국제 사회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