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한 은메달 최민정 “지금 우는 건 기뻐서 우는 거예요”

입력 2022-02-12 05:58 수정 2022-02-12 10:34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경기에서 최민정이 결승선을 2위로 통과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기뻐서 많이 눈물이 나는 거예요. 지금 우는 건 기뻐서 우는 거예요.”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최민정(성남시청)이 오열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도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이날 1분28초443의 기록으로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1분28초391)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1위와 차이는 겨우 0.052초였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이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경기가 끝난 뒤 최민정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하게 했다. 1000m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민정이 심석희와 충돌해 넘어진 종목이다. 이후 심석희가 고의로 최민정과 부딪힌 것인지를 두고 법정 공방까지 벌어졌다.

최민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준비 과정이 되게 힘들었는데 그 힘든 시간이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와 북받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기뻐서 운 것이냐, 아니면 아쉬움의 눈물이냐’는 물음에 “지금은 기뻐서 눈물이 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 같다”고 답했다.

2018년 충돌 사건에 관해 묻자 “그때 힘들었지만, 저를 더 성장하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라며 “그런 힘든 과정이 오늘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미터 결승 경기에서 최민정이 결승선을 2위로 통과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최민정은 평창올림픽 2관왕 출신이다. 그는 ‘당시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도 이렇게 울지 않았느냐’는 말에 “평창 때는 마냥 기뻤는데, 이번엔 좀 많은 감정이 들었다”며 “금이든, 은이든 또 500m에서는 넘어진 것도 제게는 다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최민정은 “오늘 끝나고 나서는 힘들어서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 팬 여러분들이 오랜 시간 힘들게 해올 때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말에 “선수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최민정은 3000m 계주와 1500m를 남겨놓고 있다. 그는 “오늘 결과는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 다시 남은 경기를 대비해 노력하겠다”며 “계속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