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단 설명 조회수가 20만회, 이거 실화?…“나는야 신학 커뮤니케이터”

입력 2022-02-13 07:00 수정 2022-02-13 07:00
유튜브 '오늘의신학공부'를 운영하는 장민혁 전도사가 13일 유튜브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오레브 제공

유튜브에서 신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채널은? 신학자들이 가장 유심히 관찰하는 채널은? 신학에 관심 많은 평신도들이 가장 선호하는 채널은? 정답은 ‘오늘의신학공부’(오·신·공)다. 구독자 1만 8000여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신학 콘텐츠 채널 오·신·공을 운영하는 장민혁(29·장신대 신대원) 전도사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2019년 2월 오픈한 오·신·공은 이달 3주년을 맞는다.

장 전도사에게 3년 만에 국내 최대 신학 콘텐츠 채널을 만든 소감을 물었다. 그는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웃었다.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장 전도사는 “신학교 오기 전에 작곡을 전공하려고 준비했고, CCM팀을 결성했다. 그런데 CCM 사역을 하면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선 종합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쉽게 시작하긴 어려운 일이다. 장 전도사는 “양질의 기독교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내용 면에서 신학이, 형식 면에서 예술, 전달 면에서 미디어가 하나로 결합된 팀 사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중 내 포지션은 뭘까 고민하다가 뒤늦게 신학과에 입학하게 됐다”고 했다. 2017년 장신대에 입한 뒤 ‘하나님을 아는 일, 하나님을 그려내는 일’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같이 할 이들을 모집했다.


그렇게 기독교 크리에이티브팀 ‘오레브(O.LAB)’가 결성했다고 한다. 오·신·공은 오레브 안에 있는 여러 채널 중 하나다. 오레브는 히브리어로 까마귀다. 그는 “엘리야가 아합을 피해 도망쳤을 때 떡과 고기를 가져다준 까마귀(왕상 17:1~7)처럼 하늘의 양식을 전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콘텐츠로 채널을 운영하다 점차 확대했다.

그는 공부를 좋아하는 걸까. “사실 공부보다는 공부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주는 데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신학교 1학년 때, 기말고사 전날 빈 강의실에 동기들을 가득 모아두고 어학 과목을 제외한 전 과목을 총정리해준 적도 있다. 이 때의 정리 습관이 오신공 채널 운영에 그대로 이어졌다”고 했다. 당시 동기는 50여명이었는데 그의 복습 수업을 듣는 동기는 30명이 넘었다.

유튜브 채널 '오늘의신학공부'를 운영하는 장민혁 전도사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채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금까지 올라온 260여개 동영상은 ‘역사적 예수 연구’ ‘바울 새 관점’ 등과 같이 신학을 다룬 내용이 많지만 ‘개신교 8대 교파, 30분 만에 총정리’ 등과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궁금할 만한 내용도 있다. 교파 정리 동영상은 20만회 이상 조회됐다. ‘이 영상 보면 신학교 절대 못 간다’의 경우 신학생들의 심리적 갈등 상황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기도 하다.

공부와 유튜브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도 크다. 장 전도사는 “유튜브 영상을 기획, 촬영, 편집하는 데 시간도 많이 들고 에너지도 꽤 필요하다.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신학교 생활에 도움이 되고 나름 ‘덕업일치(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음)’를 실현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오신공 팀원 지성인 전도사(왼쪽)가 지난 11일 오신공 특강 촬영을 위해 강사인 전원희 목사의 옷에 마이크를 고정하고 있다. 오신공 제공

특별히 좋아하는 신학자는 없다. 장 전도사는 “두루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한 명을 뽑으면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가 당시 ‘그리스도는 오늘 우리에게 누구신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세상 한복판에서 제자로 살 것을 요청한 데 감동했다”고 했다.

그에게 신학 공부는 무엇일까. “신학과 목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신학 없는 목회는 맹목적이고, 목회 없는 신학은 공허하다. 기독교 신앙은 반드시 질문을 제기하게 되고, 이는 신학적 반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바른 신학적 반성이 이뤄지면, 반성에 비춰 실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순환 속에서 일어나는 배움의 전 과정이 공부”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오·신·공은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물었다. “‘랜선신학교’ 오픈을 준비 중이다. 각 분야의 신학 전공자를 섭외해 신학교처럼 커리큘럼을 갖춘 강좌 제공할 것이다. 학위와는 무관하지만, 누구나 신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또 온라인 스몰 스터디 그룹을 활성화해 신학 커뮤니티를 만들 계획이다. 나는 스스로 ‘신학 커뮤니케이터’란 정체성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신학을 예술과 미디어와 잘 결합시키고 싶다”고 했다.


기존 신학교들이 매우 긴장할 계획이라고 하자 그는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장 전도사는 MZ세대 답게 미디어에 아주 친숙하다. “교회의 본질은 형식에 있지 않고, 하나님 나라 복음 이야기에 있다. 시대마다 교회는 달라졌고 매번 새로운 도구 즉 미디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듯, 교회는 현재의 뉴미디어와 다가올 미디어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어쩌면 국내 최대 신학 콘텐츠 오·신·공 유튜버는 머지 않아 ‘랜선신학교’라는 국내 최대 신학교 캠퍼스 총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