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없는 메타버스는 허상… 메타 이어 위메이드·크래프톤 급락

입력 2022-02-12 06:00

지난해 장밋빛 전망으로 주가가 폭등했던 국내외 메타버스 관련 종목들이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으로 지목되며 투심이 쏠렸지만 비전에 맞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신사업뿐 아니라 게임·플랫폼 같은 본업에서도 저조한 실적을 거둔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최근 2거래일간 36.1% 급락하며 지난주 9만580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가 1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13일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고점(23만7000원)보다는 60%가량 빠졌다.

돈 버는 게임(P2E)의 선두주자 위메이드는 스스로 메타버스 기업으로 정의했다.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를 게임과 연동시키고 있는 만큼 메타버스 시장을 조기 선점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지난 9일 장 마감 후 공시한 지난해 4분기 매출에서 메타버스·게임이 차지한 비중이 36%(1269억원)에 불과해 어닝 쇼크를 일으켰다. 이를 제외한 매출은 전부 발행 코인 위믹스를 매각해 거둔 것이었다. 특히 위믹스 플랫폼 이익은 35억원에 그쳐 투자자에 실망감을 안겼다. 위메이드 측은 “일 년 동안 위믹스를 꾸준히 매도한 것을 4분기에 한 번에 계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을 설득하지 못했다.

크래프톤도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로 11일 주가가 12.79% 급락, 25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크래프톤은 전날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3.6% 줄어든 43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들어 주가 하락세가 심해진 크래프톤은 최근 네이버제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NFT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하겠다며 반전을 꾀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주요 증권사들은 연달아 목표가를 낮춰 잡았다.

실적 앞에 장사 없는 것은 해외 빅테크도 마찬가지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향하며 사명까지 ‘메타’로 바꾼 옛 페이스북은 어닝 쇼크로 이달 초 하루 만에 26% 폭락했다. 사상 처음으로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줄어든데다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메타버스 사업 ‘리얼리티 랩스’도 지난해 순손실 102억 달러를 기록한 영향이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로라 호이 연구원은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현실 세계가 가상 현실로 대체될 것이라고 설득하지만 실망스러운 4분기 결과는 ‘메타버스 버블’을 빠르게 붕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허상이 되지 않으려면 확장현실(XR) 같은 새로운 기술력을 실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존 본업과 별개로 XR 등 신규 기술 실적을 증명할 수 있는 기업이 옥석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