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비교되는 美대사관 “김치의 날 기념 방법은?”

입력 2022-02-11 18:01 수정 2022-02-11 18:16

주한 미국대사관이 중국의 ‘문화공정’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잇달아 한국 전통문화에 힘을 싣는 취지의 SNS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11일 공식 페이스북 댓글에서 “버지니아주가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노력해주신 아이린 신 (버지니아주) 하원의원께 축하를 전한다”고 했다.

대사관은 “김치의 날을 기념할 가장 좋은 방법을 추천 부탁드린다”고 했다. 지난 9일에는 “김치의 날 기념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치의 날은 김치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20년 국내에서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버지니아주 의회는 지난 9일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명시한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결의문에는 김치의 역사 및 건강식품으로서의 우수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미국대사관은 최근 중국의 문화공정 논란으로 국민감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전통문화와 관련된 글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 트위터 캡처

대사관은 지난 8일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한복 인플루언서 유미나씨와 함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고 운현궁을 둘러보는 사진을 올렸다. 코르소 대사 대리는 트위터에 “한국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김치, K팝, K드라마…한복은 말할 것도 없죠”라는 글도 올렸다.

앞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 조선족 대표자로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한복을 등장시켰다고 해도 중국은 이미 너무 많은 ‘한복 공정’을 지금까지 펼쳐왔다”고 지적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는 “한복은 한푸(漢服)에서 기원했다”고 실려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복 논란’에 대해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감정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 측은 한국의 역사·문화 전통을 존중한다”면서도 “중국의 각 민족 대표들이 민족 의상을 입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라는 국제 스포츠 대회와 국가 중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그들의 바람이자 권리”라고 했다.

또 “이러한 전통 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으로, 이른바 문화공정, 문화약탈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고 했다. 해당 입장문에서는 한복이란 단어 대신 ‘중국 조선족 의상’ ‘민족 의상’이란 표현이 사용됐다.

중국의 ‘문화 원류’ 논란은 한복 뿐만 아니라 김치와 관련해서도 불거졌었다. 앞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지난 2020년 11월 중국의 김치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표준을 획득했다면서 ‘김치 종주국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쓰촨 지역 염장 채소인 파오차이에만 해당하는 것이며 김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었다.

중국 유명 유튜버 리즈치 채널 캡처 화면

지난해 1월에는 구독자 1400만명을 보유한 중국 유명 유튜버 리즈치가 김치를 담그는 동영상에 ‘중국 전통음식’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논란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중국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1월 김치를 둘러싼 논련과 관련해 “파오차이는 소금 등에 절인 발효식품의 일종이다. 일부 소수의 몇개 나라와 지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이를 ‘파오차이’라고 부르고, 한반도와 중국 조선족은 김치라고 부른다”며 “이런 것들은 서로 통하는 부분도 있지만 재료나 맛, 요리법 등은 각자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