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또 폭발사고…4명 사망·4명 중경상

입력 2022-02-11 16:33
11일 오전 9시26분쯤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물질 제조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작업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전남소방>

지난해 12월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이일산업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3명의 작업자가 목숨을 잃은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또 다시 한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8명의 사상자를 냈다.

경찰은 사고 즉시 전담 수사팀을 꾸려 해당 폭발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 근로감독관을 투입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당 업체는 광주·전남에서 최초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사업장이 될 전망이다.

1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6분쯤 여수시 화치동 여수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작업자 8명 가운데 4명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옯겨졌으나 숨졌다. 나머지 작업자 4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 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열교환기 내부 압력을 높여 에어 누출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가동 도중 갑자기 발생했다.

화학공장의 열교환기는 생산품에 따라 온도를 올리거나 내리게 할 수 있는 쿨링워터(냉각수)와 스팀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장의 중요 설비다.

이날도 여천NCC 직원 1명과 하청업체 영진기술 직원 7명이 지난 1월부터 진행해온 열교환기 세척작업(클리닝)을 모두 마치고 비눗물을 칠해가면서 압력 테스트를 하다가 사고가 났다.

사측은 세척작업 후 열교환기 압력을 17.1㎏을 걸었을 때 공기압에 의해 플로팅 커버(열교환기 덮개)가 팅겨나가면서 주변에 있던 작업자들에게 충격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열교환기에 투입된 압력 1㎏은 1㎠ 당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압력으로 계산된다. 열교환기의 평상시 운전 압력은 16㎏이기 때문에 17.1㎏의 압력은 폭발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사측의 분석이다. 다만 계기판이 잘못됐거나 수치 측정에서 착오가 발생했을 경우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폭발 이후 화재로 이어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압력 폭발에 의한 난 사고로 추정된다. 공장 콘크리트 구조 시설물이 부서지고, 정비를 위해 가설한 비계(임시가설물) 등이 무너져 내린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상자 대부분은 폭발 당시 시험 가동을 위한 안전 조치를 위해 열교환기 주변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설비 정비를 위해 열교환기 크리닝작업을 끝내고 공기 압력을 높이던 중 일부 부속이 파손되면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11일 오전 9시26분쯤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물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작업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소방당국과 경찰 관계자 등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전남소방>


전남경찰청은 이날 오전 전남청 강력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61명의 수사관을 팀원으로 참여하는 전담 수사팀을 꾸려 해당 폭발사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무관급 전남청 수사부장이 팀장을 맡아 직접 지휘하는 전담 수사팀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한 전문 유관기관과 현장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경찰은 폭발의 구체적인 원인과 경위를 확인하는 대로 책임 소재가 있는 업체 관련자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여수시는 이날 권오봉 여수시장을 본부장으로 폭발사고 수습을 위한 재난대책본부를 구성하고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과 인명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여천NCC 노대영 제조총괄 공장장은 이날 정오 제3공장 교육관에서 사고 브리핑을 가진 후 “국가 기관의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와 사후 대책, 피해 유가족 대책 등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허리 숙여 사죄의 뜻을 밝혔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