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선수로 채운 중국…현실은 “잘해야 중국인”

입력 2022-02-11 14:56 수정 2022-02-11 19:33
중국 스키 국가대표 구아이링. 연합뉴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종목에 중국 대표로 나서 우승한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이링)는 그야말로 중국의 아이콘이 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2019년 어머니의 나라 중국으로 귀화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중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주이도 2018년 중국 피겨 대표로 뛰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이름도 베벌리 주에서 주이로 바꿨다. 그러나 그는 그의 첫 올림픽에서 두 차례 실수를 범했고, 자국 팬들로부터 도 넘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중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주이가 지난 7일 경기 도중 넘어진 모습.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구아이링과 주이를 예로 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귀화선수들이 경기 성적에 따라 중국 내에서 극명하게 갈린 대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중국 스포츠의 국제화 실험이 열렬한 민족주의 팬들에겐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매체는 “중국이 올림픽 팀을 귀화 선수로 채웠다”며 “그러나 팬들은 그들이 이겨야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구아이링이 금메달을 딴 뒤 중국판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는 그에 대한 칭찬으로 도배됐다.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올림픽이 열리기도 전에 이미 25개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맺었고, 지금도 구아이링을 붙잡기 위해 광고계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홍콩 매체 명보는 11일 구아이링 관련 상표 등록 신천만 수십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주이 역시 웨이보에서 주목 받았다. 그러나 반응은 구아이링과 전혀 달랐다. 중국이 피겨 노메달에 그치자 그 책임을 주이에게 돌리는 원성이 쏟아졌다. 웨이보에는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몇 시간 만에 2억뷰를 기록했다. WP는 “비난이 너무 세서 중국 당국이 개입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중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모습. CBC 캡쳐

무려 19명을 외부에서 수혈해온 중국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자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대표팀 25명 중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순수 중국인은 6명에 불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이 2015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낼 때만 해도 자국 내에 남자아이스하키팀은 물론 리그도 없었다.

중국은 2016년 베이징을 연고로 하는 쿤룬 레드스타를 창단했고 북미에서 선수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팀을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에 편입시켰다. 대표팀 자체가 리그에 뛰어든 셈이다. 그러나 성적은 부진했다. 지난 10일 올림픽 데뷔전에서도 코로나19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가 모두 빠진 미국에 0대 8로 완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헌신과 자격 여부에 의문을 던지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웨이보의 한 누리꾼은 “말해주지 않았다면 중국 대표팀이란 걸 몰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