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월 소비자물가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연준 3월 금리인상 압박

입력 2022-02-11 10:00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의 한 슈퍼마켓에서 쇼핑객들이 진열된 식료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새해 들어 미국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더욱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에 비해 7.5%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는 1월 CPI가 전년 동월보다 7.5%, 지난달에 비해 0.6%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7%)보다 오름폭이 확대된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7.3%를 웃돈 수치다. 전달 대비 상승률도 전문가 전망치 0.4%를 뛰어 넘었다.

식품과 에너지, 주거 등의 물가상승이 전방위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연료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6.5% 전월 대비 9.5% 급등해 가장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0%, 천연가스는 23.9%, 전기요금은 10.7% 각각 상승했다. 전체 에너지 비용은 전년 동월보다 27%, 전월보다 0.9% 각각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인플레이션을 주도한 중고차 가격은 이번에도 전년 동월보다 40.5% 급등했다. 식료품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7%, 전월보다 0.9% 각각 상승했다. 전체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은 전월보다 0.3%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최소폭 상승을 기록했지만, 1년 전보다는 4.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미 언론들은 이날 발표가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 미국시장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헌터는 “식료품과 주거 비용의 동반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주기적 가속화가 진행 중이라는 견해에 힘을 싣는다”며 “이례적으로 빡빡한 노동시장과 맞물려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진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뛰면서 미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수위도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추산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CPI 발표 후 연준이 3월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종전 25%에서 44.3%로 뛰었다. 올해 6회 금리인상 확률도 기존 53%에서 63%로 올랐다.

로이터는 ‘뜨거운 인플레이션이 3월 연준 금리인상 대폭발 가능성에 강한 시동을 걸었다’며 통화정책결정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앞으로 몇 주 간 금리인상 폭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