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순위 16위로 7계단 상승…전 세계 민주주의는 ‘후퇴’

입력 2022-02-10 23:01 수정 2022-02-10 23:35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10일(현지시간) 2021년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지난해보다 7단계 상승한 16위에 올랐다. EIU '민주주의 지수 2021' 보고서 캡처

한국의 민주주의 순위가 지난해보다 7계단 상승한 16위를 기록했다. 반면 전 세계 민주주의 수준은 코로나19와 권위주의 확산 등의 영향으로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10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1’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8.16점을 받아 전체 167개국 중 16위에 올랐다. 지난해 8.01점으로 23위를 기록하며 5년 만에 ‘완전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 대열에 합류한 한국은 올해 7단계 상승하면서 2년 연속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민주주의 지수는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정부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시민자유 등 5개 지표로 산출된다. 이를 바탕으로 8점 이상은 ‘완전한 민주국가’, 6점 초과∼8점 이하는 ‘결함있는 민주국가’, 4점 초과∼6점 이하는 ‘혼합형 정권’,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로 분류된다.

한국은 항목별로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9.58점, 정부기능 8.57점, 정치참여 7.22점, 정치문화 7.5점, 시민자유 7.94점을 받았다. 지난해에 비해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정부기능 항목에서 각각 0.41점, 0.36점이 상승하면서 평균 점수가 올랐다.

반면 조사 대상국 전체 평균 점수는 5.28점으로 집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종전 최저치인 전년의 5.37점에 비해 0.09점이 하락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EIU는 지난해에 이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각국이 봉쇄와 여행 제한 등 방역 조치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로 권위주의적 정치가 확산하면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EIU는 선진국과 권위주의 체제 모두에서 시민들의 자유가 억압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완전한 민주국가는 21개국으로 전년도에 비해 2개국이 줄었다. 반대로 권위주의 체제 국가는 2개국이 추가된 59개국으로 집계됐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는 세계 인구 비율도 45.7%로 집계돼 전년의 49.4%에 비해 현저히 하락했다. 완전한 민주주의를 누리는 인구는 6.4%에 불과했다.

북한은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최하위를 벗어났다. 북한은 전체 평균 1.08점을 받아 지난해와 같은 점수를 받았으나,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1.02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0.32점)의 점수가 급락하면서 165위에 올랐다.

상위권은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노르웨이(9.75점)는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고, 뉴질랜드(9.37점) 핀란드(9.27점) 스웨덴(9.26점) 아이슬란드(9.18점) 덴마크(9.09점) 아일랜드(9.00)가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8.99점으로 8위에 올라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다. 일본(8.15점)은 지난해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으나 올해 한국보다 1계단 아래인 17위를 차지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표격인 미국(7.85점)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전체 26위를 기록해 6년 연속 ‘결함있는 민주국가’로 분류됐다. 미국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완전한 민주국가’에 속했지만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말기인 2016년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임기 내내 ‘결함있는 민주국가’로 평가됐다.

EIU는 이번 보고서의 제목을 ‘중국의 도전’으로 붙이며 중국이 서구식 민주 자본주의 모델에 큰 도전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지난 40년간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보이면서 중국 지도부는 자신들의 국가주도적 자본주의 체제가 서구의 체제보다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민주주의 지수 10점 만점에 2.21로 148위를 기록해 ‘권위주의 체제’로 평가됐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