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양육관이 너무 다른 부모

입력 2022-02-10 21:13

초등학교 6학년 B의 부모는 양육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교육에 있어서도 ‘초등학교 성적이 계속 이어지니 어려서부터 뒤쳐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초등학생은 자유롭게 놀다가 좀 더 커서 공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아빠는 학원에 갔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와 숙제에 지쳐있는 B를 지켜보는 마음이 안쓰러웠고, 그 문제로 부부 싸움이 잦았다. 하지만 차츰 아내와의 다툼이 싫은 아빠는 의견을 제시하는 걸 포기하고 아내에게 일임하였지만 문제가 생기면 이전보다 더 크게 싸우게 되었다. B는 “학원 다니는 것도 힘들지만 맨날 엄마, 아빠가 나 때문에 싸우기만 하니 정말 지긋지긋해요. 아빠는 내편을 들어주다가도 결국 엄마한테 져서 나를 포기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양육에 있어서 부부간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부부간 의견 차이로 다툼이 지속될 때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못 된다. B의 아빠처럼 자신의 의견은 죽이고 무조건 아내의 의견에 따르게 되면 차츰 아빠는 양육에 무관심해지고 엄마에게 모든 책임을 넘겨 버린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하고 아이가 소소한 행동 문제를 보이기도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은연 중에 아내를 탓하게 되고, 책임을 전가하면서 아내를 원망하게 된다. 이럴 때 마다 엄마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남편에 대한 분노를 키우게 된다. ‘아무것도 안하고 나만 독박육아’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아내 탓만 하는 무책임한 남편‘이라고. 서로에 대한 불만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져 육아문제 뿐 아니라 차츰 ’남편은 나의 어려움에 공감을 못하고 몰인정한 사람이예요‘ ’아내는 나를 돈 벌어오는 기계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전반적인 부부 갈등이 격화되는 경우도 많다.

좋은 부모 역할을 위해서는 부모 중 어느 한쪽으로 생각을 통일시켜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각자의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대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입장이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자. 대신 사안마다 대화를 충분히 해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육아에서 절대적인 금도는 없다. 아이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부모의 태도에서 배려심과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자연스레 익히는 것이다.

어떻게 대화 할 것인가? 적어도 자녀 앞에서 의견의 대립을 보여주지는 말자. 아이가 부모의 메시지에서 혼돈스러워 할 수 있고 부모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게 된다. 대화 시에 가장 기본은 ‘나 전달법’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할 뿐 상대를 비난하지 말자. 비난이 시작되면 서로를 공격만 하게 되어 대화보다는 싸움으로 전개될 뿐이다. 상대가 말할 때에는 말을 끊거나 방해하지 말고 충분히 경청하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대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여보자. 내 의견만 옳다고 볼 수는 없다.

부모는 서로 다른 면에서 아이를 보고 이해 할 수 있어서 양쪽에서 아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균형 잡힌 대안도 찾을 수 있다. B의 아빠처럼 의견 내기를 포기하고 아내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고 불만을 참고 있다 보면 문제가 곪아 터지게 된다. 또 서로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여 대화할 시간이 부족한 부부는 서로 ‘메모 교환장’을 가져 보는 것도 좋다. 그래서 상대가 어떤 생각이나 감정 상태인지 알고 시급한 문제는 곪기 전에 해결하자. 여의치 않다면 부부만의 ‘대화상자’를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자. 아무리 생각이 비슷한 부부라도 아이의 행동에 대한 대처 방식에 있어서는 다를 수 있다. 생각이 날 때마다 간단히 메모하여 부부만의 박스에 넣는다. 그러면서 정기적인 부부 대화시간에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어 보자. 그리고 아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가족회의 시간을 가져 당사자인 아이들의 생각이나 의견도 존중하고 들어보자.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