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펀드 면피’ 급급한 금융사…“운용사 책임”

입력 2022-02-10 18:58 수정 2022-02-11 07:03
디스커버리자산운용사 홈페이지 캡처

2500억원대 투자자 피해를 일으킨 사모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경찰 수사가 뒤늦게 본격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 커지고 있다. 국책은행까지 나서 신생 운용사 상품을 대거 판매한 데다 이후 피해 보상 절차 역시 지지부진한 탓이다. 이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은 “판매사가 아니라 운용사 측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기거나 “장하성 주중대사 등이 투자했던 상품은 팔지 않았다”는 등 제각각 해명을 내놓고 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소수 투자자로부터 끌어 모은 돈을 자산운용사가 투자하는 방식의 사모펀드 상품이었다. 만기 전 환매를 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와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나뉘었다. 장 대사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개방형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사 동생인 장하원 대표는 2016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을 설립, 글로벌채권펀드와 부동산펀드 상품을 만들었다. 투자자가 디스커버리 펀드에 투자하면, 투자금을 미국 자산운용사인 ‘DLI’가 운용하는 방식 등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DLI가 2019년 4월 수익률 등을 허위 보고했다는 문제로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적발, 자산 동결 조치가 취해지면서 국내 투자금도 묶였다.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으로 인한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 금액은 지난해 4월말 기준 2562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가 발생한 지 3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판매사들은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는 디스커버리와 같이 운용사가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판매 여부를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며 “우리(기업은행)는 여러 판매 채널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도 “운용사와 증권사가 분리돼있는 상황에서 운용사 현황을 판매사인 증권사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금융당국 조사 절차 등을 거쳐 보상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보상을 미루며 시간만 끌고 있는 금융사들도 적지 않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피해자들 보상 요구에 대해 “민원은 있을 수 있지만,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는 절차 등 시간이 걸린다”며 “손해액에 대해 분쟁이 벌어지면 분쟁조정위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 등이 나오면 응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 보상이 이뤄지기까지는 4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이번 사건 관련해 지난해 5월 기업은행에는 40~80% 배상비율 조정 결정이 내려졌지만 기업은행과 피해자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판매사들 해명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 펀드 판매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판매하지 않기로 한 금융사도 일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금융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리스크 관리의 모범 사례로 평가됐다. 판매 책임을 지고 피해 보상을 해준 금융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이번 사태 투자 피해에 대한 전액 반환 조치를 취했다.

김경택 김지훈 방극렬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