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5년 동안 강과 바다를 가로막고 있던 낙동강 하굿둑을 수시 개방키로 확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오랜 기간 훼손된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 복원 기대감이 커졌지만 염분 섞인 농업용수 유입 문제는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서면심의를 거쳐 ‘낙동강 하구 기수역 생태계 복원방안’을 의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낙동강 하구 기수역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구역으로 생물 자원이 풍부해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불렸던 곳이다. 1966년 7월 13일에는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강 하류의 바닷물 유입이 막히면서 출현 어종이 급감했고 철새들도 더는 찾지 않았다. 당시 낙동강 하굿둑이 건설된 이유는 부산과 울산, 경남 등에 생활·농업·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시민단체가 자연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시공을 강력히 반대해 제1호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정부가 자연생태계 복원을 위해 ‘낙동강 하굿둑 수문 시범개방’ 사업을 추진한 시점은 2017년부터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 유입 이후 낙동강 하굿둑 상류에 뱀장어와 농어 등 기수 어종이 출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난해에는 낙동강 하굿둑 개방 기간을 4개월로 늘려 생태복원 가능성을 확인했다.
환경부가 2018년부터 3년간 부산대에 의뢰한 ‘낙동강 하굿둑 운영개선·생태복원방안’ 연구 결과에서도 하굿둑 개방으로 출현하는 생물 종은 300종에서 611종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복원방안의 핵심은 매달 대조기(大潮期)에 하굿둑 수문을 개방해 바닷물을 유입시키는 것이다. 대조기는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 바다 수위가 하천 수위보다 높아지는 시기를 말한다. 수문 개방 후 염분이 하굿둑 상류 10~12㎞에 도달하면 바닷물 유입을 중단하는 식이다.
다만 용수 수요가 많은 서낙동강 일대 농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염분 섞인 농업용수를 사용하면 경작 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생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낙동강 유역은 염분 유입 방지와 수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고 하천·토양·지하수 염분을 관측해 관계기관·전문가·지역 주민에게 모두 공유할 방침”이라며 “이런 노력에도 염분 피해가 발생하면 양수기·급수차 등을 활용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환경분쟁조정제도를 통한 피해구제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