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윤석열 작심 비판…尹 “정치 보복 없다”

입력 2022-02-10 17:37 수정 2022-02-10 18:07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집권 시 문재인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대해 “근거 없이 현 정부를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선거 국면에서 정치 중립 기조를 지켜오던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야당 유력 후보를 작심 비판한 것이다. 윤 후보의 발언이 임기 내내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해온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을 불과 27일 앞두고 대통령과 야당 후보가 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선거판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 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집권하면 전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답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검찰 독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후보의 갈등 국면에서도 윤 후보를 지켜줬다”면서 “그럼에도 윤 후보가 검찰 독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부정하며 모욕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대선 후보가 정치 보복을 사실상 동원하는 건 본 일이 없다”며 윤 후보 비판에 가세했다.

청와대는 윤 후보 인터뷰 보도 직후 ‘매우 불쾌하다’는 수준의 입장만 냈다가 하루 만에 공세 수위를 높였다. 뒤늦게 해당 인터뷰를 접한 문 대통령이 ‘논란이 있더라도 입장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구도 문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후보 발언을 두고 “선거 전략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면 저열하고, 소신이라면 굉장히 위험하다”며 “정치 적폐이자 구태다. 야당이 대통령을 흔들고 선거판에 불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해거나 정치 중립을 위반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에 대해 반론권을 행사한 것을 선거 개입이라고 하면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으로 지내야 하느냐”며 “정치 중립 위반이 아닌 가짜뉴스에 대한 정당한 해명”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는 문 대통령과 나는 똑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 이후 법과 시스템에 따른 수사 원칙을 강조했을 뿐, 현 정권을 겨냥해 수사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박세환 박재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