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K콘텐츠 열풍에 대해 해외 전문가들이 “작품 안에서 한 가지 장르에만 집중하는 점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고유의 특성을 지키면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조언도 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9~10일 온라인으로 주최한 ‘2022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여한 애덤 스타인먼 워너브러더스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K콘텐츠가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스타인먼 부사장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에 몰린 인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누적 시청 시간 등을 통해 한국 문화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정점에 오르는 것을 봤다”며 “모두가 한국 콘텐츠를 원하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한 K콘텐츠로 ‘오징어 게임’, ‘사랑의 불시착’, ‘마이네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 작품 안에서 여러 장르가 섞이지 않고 하나에 집중하는 점이 서구권과 비슷해졌다. 서구권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방송 제작 스타일에 가까워질수록 해외 시청자들은 매력을 느낀다”고 진단했다.
탈영병 이야기를 다룬 ‘D.P.’도 언급했다. 스타인먼 부사장은 “집단 내 괴롭힘이라는 명료한 스토리라인에 미국 시청자들이 반응했다”며 “병역 의무가 있는 이스라엘, 군이 중요한 미국 등의 국가에서 특히 공감 가는 이슈였다”고 말했다. 기획력이 돋보였던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윤식당’, ‘솔로지옥’ 등을 꼽았다.
기조연설에 나선 샘 리처드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학 교수는 “한국 창작자들은 과거의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세계에 보여주고자 하는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아직 세계가 보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류 현상을 연구해 온 리처드 교수는 “폭력성과 선정적인 내용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점, 서구에서 젠더 개념이 재정립되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의 남성성이 그 경계를 허문 점,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공감할 스토리텔링과 이슈가 있다는 점은 K콘텐츠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을 예로 들면서 “사람들이 물리적 부를 추구하며 얼마나 다른 이들에게 등을 돌릴 수 있는지 고발한다”고 짚었다.
콘퍼런스에선 국내 다큐멘터리의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진출 성공사례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영화 원작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님아: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로 제작한 진모영 감독은 “넷플릭스와 함께 6개국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여하는 시리즈를 만들면서 창작자로서의 의견을 굉장히 존중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창작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과 플랫폼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으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