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주중대사 부부가 특수 관계인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돼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장 대사 부부는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 투자했는데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장하원 대표는 장 대사의 동생이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8월 디스커버리 사무실을 압수 수색해 장 대사 부부의 투자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이 확보한 투자자 실명·투자액 파일에는 장 대사 부부가 2017년 7월쯤 약 60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 대사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부임한 지 2개월 뒤였다. 또 비슷한 시기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던 김 전 실장이 4억여원을 투자했으며 장 대사가 몸담았던 고려대 교수들도 투자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현 민주당 공정시장위 공동위원장)도 이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는 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가 환매 중단되면서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디스커버리가 만든 이 펀드는 미국 다이렉트랜딩글로벌(DLG)이 발행하는 사모사채에 투자한 상품이다. 펀드 운용을 맡은 미국 운용사 DLI는 수익률과 투자가치 등을 허위로 보고한 사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자산이 동결됐다.
피해액은 지난해 4월 말 기준 2562억원에 달한다. 해당 펀드는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신한은행에서 수천억원어치 팔렸다. 판매 당시 장 대사의 이름을 딴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펀드를 대규모로 판매한 것을 두고 장 대사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수백억원 수준이었던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 규모는 장 대사의 청와대 근무 시기(2017년 5월~2018년 11월)를 거치며 대폭 늘어났다.
경찰은 이들이 다른 일반 투자자들과 달리 나머지 투자액을 회수했는지, 디스커버리 측에서 손실 위험에 관한 언질을 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장 대사 부부와 김 전 실장 등이 만기가 수개월에 그치며 중간에도 자유롭게 입출금을 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에 투자했을 가능성까지 살펴보고 있다. 대다수 피해자는 중도 환매가 불가하고 만기도 2∼3년으로 상대적으로 긴 편에 속하는 폐쇄형 펀드에 투자했다.
장 대표는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소환됐다. 경찰은 그가 펀드의 위험 발생 가능성을 감추고 투자를 받았는지와 부실 운용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투자자 중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추가로 확인될지도 관심사다.
다만 장 대사와 김 전 실장 모두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장 대사는 입장문을 내 “위법사항이 없고, 펀드 손실을 보전받은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김 전 실장도 “공직자로서 의무를 위배한 바 없다. 필요하면 투명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