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피겨 싱글 사상 첫 5위, 메달 문턱까지 날아오른 차준환

입력 2022-02-10 16:05
차준환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스케이팅 경기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개척자 격인 ‘피겨왕자’ 차준환(20)이 다시 역사를 썼다. 자신의 시즌 최고점을 경신하며 자신이 세웠던 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최고 순위를 다시 경신했다.

차준환은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결과 종합 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82.87점을 기록해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총점 기록도 282.38점으로 새로 썼다.

전세계 최고의 남자 피겨스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차준환은 빛났다.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배경음악으로 고른 그는 첫 점프인 4회전 토룹을 하다 크게 넘어졌다. 관중석으로부터 탄식이 들렸지만 그는 아랑곳않고 일어나 마지막까지 연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점프뿐 아니라 다른 구성요소에서도 완성도 높은 연기였다.

차준환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스케이팅 경기에서 멋진 연기를 마치고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연기를 마무리한 차준환에게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첫 점프 실수가 아쉬운 듯 머리를 갸웃하며 한숨을 내쉬는 그를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안으며 토닥였다. 실수에도 불구하고 차준환은 나머지 연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가 이번 대회 받은 총점은 바로 직전 대회인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세운 273.22보다 9.16점 높다.

차준환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평창올림픽 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보다는 스스로를 잘 컨트롤 했기에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실수가 있긴 했지만 좋은 결과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더 많은 4회전 점프를 구성하고 깨끗하게, 실수가 적게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앞으로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차준환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스케이팅 경기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고 점수 확인을 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그는 “당장의 목표는 이번 시즌 세계선수권대회다. 4년 뒤는 너무 멀기에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4년 뒤에는 더 많은 한국 동료들과 올림픽 무대를 밟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그는 “평창올림픽 뒤 올림픽이라는 경험이 선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다음 올림픽까지 잘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올림픽행 티켓을 만들자는 목표를 (동료) 이시형과 말한 적 있다”며 웃었다.

차준환의 일정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한국 피겨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여자 싱글 부문에 출전하는 유영과 김예림은 15일 쇼트프로그램, 17일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앞두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올림픽은 처음이다. 차준환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며 “올림픽인만큼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경기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미국 취재진이 차준환에게 몰렸다. 예상 못한 선수가 메달권 근처까지 치고 올라온 데 놀라는 눈치였다. 차준환에게 질문을 던진 한 기자는 “아직까지는 차준환이 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올림픽을 기점으로 유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미국의 네이선 첸이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며 프리스케이팅에서만 218.63점을 기록, 총점 332.6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엘튼 존의 곡 ‘로켓맨’을 편곡해 연기한 그는 4회전 점프만 5개를 보여주는 등 좌중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부진했던 일본의 맞수 유즈루 하뉴는 아직 성공한 이가 없는 4회전 악셀 점프에 실패했지만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일본의 유마 카기야마, 쇼마 우노가 각각 차지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