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올림픽 톱5’… 한국 男피겨 역사 새로 썼다

입력 2022-02-10 15:26 수정 2022-02-10 15:43
차준환이 10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준환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톱5’를 달성했다. 한국 피겨는 올림픽 금·은메달을 모두 보유한 김연아에 이어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남자 싱글에서 단 한 번도 다가가지 못했던 순위에 도달했다. ‘디펜딩 챔피언’ 하뉴 유즈루(일본)는 전인미답의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에 실패했다.

차준환은 10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3.59점, 예술점수(PCS) 90.28점, 감점 1점을 종합한 총점 182.87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99.51점을 합산한 최종 점수는 282.38점이다. 차준환은 목표로 삼았던 5위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완주했다. 앞서 처음 출전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순위는 15위였다. 4년 만에 순위를 10계단이나 끌어올렸다.

한국 피겨의 올림픽 ‘톱5’는 2014 소치 대회에서 김연아의 은메달과 은퇴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사상 최고 성적은 2010 밴쿠버 대회에서 김연아가 차지한 금메달이다. 김연아는 한국 피겨의 유일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김연아 이후 침체기에 들어가는 듯했던 한국 피겨는 차준환의 ‘톱5’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차준환의 평창 15위도 이미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남자 피겨도 이제 시상대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차준환은 24명의 프리스테이킹 출전자 중 21번째로 출전했다. 예정된 선곡대로 자코모 푸치니의 ‘투란도트’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지만 첫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토룹(4회전)에서 넘어졌다. 하지만 곧바로 일어나 두 번째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처리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마지막 점프 과제인 트리플 플립도 완벽하게 소화한 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수행하고 웃으며 연기를 마무리했다.

차준환의 최종 점수는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싱글 사상 최고점(273.22점)을 10점 가까이 끌어올린 성적이다.

하뉴의 올림픽 3연패는 불발됐다. 하뉴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일지 모를 이날 경기에서 첫 번째 과제로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했지만 회전수를 채우지 못하고 넘어졌다. 무려 4바퀴 반을 도는 쿼드러플 악셀은 피겨에서 초고난도 기술로 꼽힌다.

올림픽을 포함한 공식전에서 어느 선수도 쿼드러플 악셀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 세대 최고의 피겨 스타로 꼽히는 하뉴에게도 쿼드러플 악셀은 호락호락하게 성공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뉴는 최종 점수 283.21점으로 차준환에 바로 위인 4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점프 기계’ 네이선 첸(미국)의 몫으로 돌아갔다. 평창 대회에서 실수를 연발하고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던 첸은 4년의 와신상담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기야마 유마(310.05점)는 은메달, 우노 쇼마(293.00점·이상 일본)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