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만일 이같은 공약들이 현실화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학계 원로와 학자들은 10~11일 열리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이같은 우려를 쏟아냈다.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10일 사전 공개한 기조연설문에서 “대선 정국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재정 제약이 없는 것처럼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원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손실보상, 선별과 보편 동시 재난지원금 지급, 기업 간 이익 공유제를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들었다.
경제위기 전문가로 꼽히는 김 교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을 지낸 경제학계 원로다. 김 교수는 “이런 공약이 실천된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우리 경제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며 “포퓰리즘 정책의 또 다른 문제는 어느 한쪽이 선심성 정책을 들고 나오면 다른 한쪽은 더욱더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서 단기적 인기 정책으로 인해 커다란 장기적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화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관리할 체계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고 수급 시기는 늦추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지금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연금을 납입하고 혜택은 받지 못하는 세대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정부 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민간·정부 부채 수준은 최근 GDP 대비 254%까지 확대됐으며, 가계·기업 부채가 이미 과다 부채 임계치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부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어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했다.
함 교수는 정부 부채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거시건전성 관리를 위해 유관 기관장으로 구성된 거시건전성 협의기구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현실적 대안으로 꼽았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