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돌아온 ‘서민의 발’ 포터와 봉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평균 211㎞에 불과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포터 일렉트릭과 봉고EV를 선택한 소비자는 1년 전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12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1t트럭 포터 일렉트릭은 지난해 1만5805대 판매됐다. 전년 대비 74.9% 증가한 수치다. 봉고EV는 1만728대 팔려 2020년(5357대)보다 100.3% 늘었다.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급증한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주행과 정차를 계속 반복하며 물품을 날라야 하는 택배업자는 전기트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전기트럭은 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로 정차하기 편해서다. 현대차그룹은 물류시장에 전기트럭을 확산시키기 위해 최근 현대백화점,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물류대행사 팀프레시와 전기트럭 기반 배송서비스를 시범운용하기도 했다.
‘영업용 번호판 인센티브’도 전기트럭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그동안 화물차 운송업자의 신규 허가를 제한했다. 개인이 사업자 등록을 하려면 2000만~3000만원을 내고 영업용 화물차의 ‘노란색 번호판’을 사야 했다. 하지만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1.5t 미만 전기트럭을 구입할 경우 신규 영업용 번호판을 붙일 수 있도록 하면서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다 내연기관차보다 싼 유지비용도 전기트럭의 질주에 한몫하고 있다. 1만5000㎞를 달렸다고 가정할 때, 포터 일렉트릭의 충전 비용은 약 107만원 수준이다. 디젤 모델(177만원)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게다가 공영주차장 주차비와 고속도로 통행료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급 디젤 모델의 연비와 비교해도 1년에 70만원까지 유지비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후한 보조금도 전기트럭으로 옮겨가게 만든다. 포터 일렉트릭 신차 가격은 4060만~4424만원이지만 서울 기준으로 보조금 2400만원을 받으면 1660만~2024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대부분 차종의 신차 출고가 지연됐지만, 포터 일렉트릭과 봉고EV는 일반 승용차 수준의 인포테인먼트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처럼 전기트럭 판매량이 증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트럭의 ‘영업용 번호판 인센티브’ 혜택은 오는 4월 14일에 끝난다. 가격도 포터 일렉트릭의 경우 기존 최저 4060만원에서 4190만원으로, 봉고EV는 4050만원에서 4185만원으로 올랐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액은 더 늘어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전기트럭의 인기는 영업용 번호판 무상적용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제도 일몰 이후 소형 전기트럭 판매량은 눈에 띄게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