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4일 오후 7시17분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길은 초속 20m가 넘는 강한 바람을 타고 속초와 고성 시가지로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해 진화에 나섰으나 강풍 탓에 큰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휴대전화가 먹통이 된 것이다. 공무원들은 지휘소와 연락이 끊겨 진화 작업은 물론 주민을 대피시키는 데 난항을 겪었다.
주민들은 119 신고 등 긴급전화를 사용할 수 없었다. 학교 체육관 등으로 긴급 대피한 주민도 이웃이나 친지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해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 같은 일은 산 곳곳에 세워져 있던 휴대전화 기지국이 타버리면서 발생했다. 당시 산불 피해를 입은 기지국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개 통신사 96개에 달했다. 통신은 통신사들이 비상조치에 나서면서 다음날 오전 3시30분쯤이 돼서야 가능해졌다.
강원도와 SK텔레콤이 대형 산불에 대비한 비상 통신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 산불로 인해 발생하는 통신 재난에 대한 대처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강원도와 SK텔레콤은 10일 강원도청에서 TV 유휴대역 주파수(TVWS)를 이용한 휴대전화 무선중계시스템 구축 협약식을 했다.
산불현장에 출동하는 소방차에 기지국 장비와 TVWS 무선신호 중계 장비를 장착해 대형산불 발생 지역에서 통신 재난을 막는 방식이다.
TV 유휴대역 주파수는 디지털TV의 방송 대역 중 방송 채널 사이의 간섭을 막기 위해 지역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 대역이다. 전파 도달거리가 10~15km로 길고 투과율이 높아 대형 산불 발생 지역에서 활용하기 쉽다.
SKT는 올해 강원도 TV 유휴대역 주파수에서 휴대전화 통신을 제공하기 위한 품질 검증을 한다. 또 소형 무선 기지국 장비(펨토)를 영동지역 6개 시군 소방차 50여대에 설치한다. TVWN 구축사업은 2024년 마무리된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2019년 강원 고성 산불로 이동통신 기지국이 전소돼 응급구조와 구호 활동, 산불 지휘에도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이 사업을 통해 이동통신 기지국이 전소하더라도 이재민에게 신속한 휴대전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