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에는 현실 정치와 확실하게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10일 임기 종료를 3개월 앞두고 연합뉴스와 세계 7대 통신사가 공통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퇴임 후의 계획을 묻는 말에 “퇴임 후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회적인 활동도 구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솔직히 퇴임 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퇴임 후 거주할 양산 사저 공사가 거의 다 돼가는데도 뉴스에 보도된 사진으로만 봤지 한 번도 현장에 가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저는 대통령 이후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때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방북 특사와 같은 역할을 요청받으면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하며 모종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한반도 평화에 진력했던 만큼 향후 전직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역할이 있다면 이를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뒤 한반도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그해 6월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했다. 이후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해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동의했다고 밝혔고, 당시 김영삼(YS) 대통령이 이에 환영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이듬해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남북 정상회담도 무산됐다.
또 대선 정국에서 ‘이대남’(20대 남성),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젠더 이슈와 관련해 각종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젠더 갈등을 언급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적 목적으로 갈등을 이용하며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발언을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 후보는 최근 여가부 폐지를 공약하는 등 이대남 표심을 공략하는 데 집중하며 여권으로부터 ‘청년 성별 갈라치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년들이 어렵고 특히 기회가 제약되니 여성과 남성 모두 ‘내가 성차별의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며 “청년세대의 어려움은 더 많은 기회와 공정의 믿음을 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지 남성 탓 또는 여성 탓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기 말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사심 없이 국정에 전념한 점을 국민들께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 여긴다”고 답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