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 이장 후 분실됐던 한산이씨 ‘이기하묘지’ 미국서 한국 귀환

입력 2022-02-10 10:48 수정 2022-02-10 10:50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소장하던 ‘백자청화이기하묘지(白磁靑畵李基夏墓誌)’ 18점이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10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밝혔다. 해외기관에서 소장하던 묘지를 한국으로 돌려보내 준 것은 이번이 첫 사례이다.
묘지 일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묘지는 죽은 사람의 행적을 기록한 돌이나 도판(陶板)으로, 지석(誌石) 또는 묘지석(墓誌石)이라고도 불린다. 묘지를 통해 고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문중의 경의를 표현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무덤 내부에 관과 함께 묘지를 매장하는 것이 중요한 추모 관행의 일부였다. 이 묘지는 조선 후기 훈련대장과 공조판서 등을 역임한 무신(武臣) 이기하(李基夏, 1646-1718)를 추모하는 기록으로, 가족사에서 정치적 업적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묘지의 글은 조선시대 이조좌랑을 역임한 문신 이덕수(李德壽, 1673-1744)가 쓴 것으로 그의 문집 『서당사재(西堂私載)』에도 수록되어 있다.

총 18매로 구성된 이 묘지는 백토를 직사각형의 판형으로 성형하여 청화 안료로 글씨를 썼다. 판의 우측 단면에는 묘주의 관직 및 이름과 함께 총 매수 중 몇 번째인지 쓰여 있어, 이 묘지가 온전한 한 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묘지명 말미의 기록으로 사후 묘지가 제작된 연대(1734)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청화 발색이 선명하며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 2015년과 2016년 2년에 걸쳐 진행한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 실태조사 시 이 묘지를 확인했다.

미술관은 재단과의 협의를 통해 본래 이기하 묘소에 묻혀있던 ‘백자청화이기하묘지’를 한국에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이기하의 묘소는 원래 시흥군 향토유적으로 1988년부터 지정 관리되다가, 1994년 경기도 이천으로 이장하였는데, 이때 이한석씨가 묘지를 수습하였다. 당시 묘지는 이장한 묘에 함께 묻지 않고 한산 이씨 문중의 원로가 보관하다가 이후 분실되었다. 묘지는 1998년 미술관에 기증되었는데, 미술관은 2020년 말 재단을 통해 이한석 씨로부터 연락을 받을 때까지 묘지와 문중이 분실한 내용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를 알게 된 미술관은 한산 이씨 종중 대표인 이한석 씨에게 묘지를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한편, 미술관으로부터 묘지를 돌려받은 이한석씨는 현재 이기하 선생의 묘소가 충남에 있는 것을 고려하여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원장 조한필) 산하 충청남도역사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번에 귀환하는 이기하 묘지는 4월 초 기증행사와 특별전시회를 통해 공개된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