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국회의원들의 주식투자를 제한하라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관련 법안 마련을 하원 운영위원회에 지시했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까지 주식을 백지신탁 하는 법안도 양당 합의로 마련돼 논의가 진행 중이다.
펠로시 의장은 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의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주식 제한이 사법부, 특히 대법원에도 적용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 12월 “우리는 자유 시장 경제 체제다. 의원들도 자유시장 경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 사이에서 관련 규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입장을 뒤바꾼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슈머 의원은 전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미 관련 법안을 가지고 있다. 함께 모여 하나의 법안을 제안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순자산이 1억 달러 이상인 가장 부유한 의원 중 한 명인 펠로시 의장이 민주당 하원 의원들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말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또 “의원과 배우자의 주식 거래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초당적 법안은 최근 몇 달간 여러 건 발의됐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규제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코로나19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 후 의원들이 주식을 거래했다는 폭로가 제기되면서 규제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리처드 버 의원, 켈리 로플러 전 의원 등은 팬데믹으로 시장이 붕괴하기 전 수백만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각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은 의원 본인과 배우자, 부양 자녀의 투자 내역을 공개해야 하지만 주식 거래 자체는 가능하다.
이에 따라 존 오소프, 마크 켈리 민주당 상원의원 2명은 의원과 배우자는 물론 부양 자녀까지 주식을 백지신탁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애비게일 스팬버거 민주당 하원의원, 칩 로이 공화당 하원 의원도 이미 1년 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스티브 데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의원과 배우자에 대한 개별 주식 거래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최대 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워런 의원은 “의회에서 일하고 싶다면 가장 높은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의원들이 개별 주식의 소유와 거래를 금지하는 문제는 복잡하다. (주식 외) 다른 종류의 개인 투자나 경제적 부채가 이해 상충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 그리고 금지 사항이 어디까지 확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며 “지금도 펠로시 의장이 강력한 법안 통과를 위해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