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부상으로 11바늘을 꿰맨 박장혁(스포츠토토)이 메달을 놓친 데 대해 부상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이야기했다.
박장혁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을 7위로 마쳤다. 결승에 진출한 한국 선수 3명 중 황대헌이 금메달을 차지했고, 이준서가 5위를 기록했다.
박장혁의 투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박장혁은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1조 경기에서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시겔과 충돌해 넘어졌다. 뒤따르던 중국 우다징과 추가 충돌했는데, 하필이면 이때 우다징의 스케이트 날에 왼손이 찢어졌다.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나간 박장혁은 왼손을 11바늘 꿰맸다. 남자 1500m 출전이 쉽지 않아 보일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실제로 박장혁의 1500m 출전은 경기 당일이 돼서야 확정됐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박장혁의 투지는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게 됐다.
경기를 마친 박장혁은 “예선 때는 링크를 왼손으로 짚어야 하는데, 힘이 잘 안 들어갔다. 조심히 타느라 불편했는데, 준결승과 결승은 왼손 걱정 없이 정신없이 탔다”고 말했다.
박장혁은 부상 핑계를 대지 않았다. 실력에서 밀렸다면서 황대헌의 금메달을 축하했다. 그는 “왼손이 불편하고 통증이 있었지만, 부상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걸 못 보여준 건 없었다”고 했다.
박장혁은 “10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경쟁한 건 처음”이라며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 좋은 모습으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장혁은 왼손 부상 외에도 편파 판정이 또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도 싸워야 했다. 다행히 이날은 판정에서 큰 시빗거리를 찾기 어려웠다. 준결승에선 중국의 런쯔웨이가 페널티를 받고 탈락했다.
박장혁은 “솔직히 이번에도 제가 페널티를 받았다면 장비를 집어던졌을 것”이라며 “저는 깔끔하게 들어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체육회에서 제스처가 있었기에 우리 선수들이 오늘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도움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