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지침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미국이 코로나19 확산 절정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2년여간 계속된 팬데믹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마스크 지침에 대해 작업 하고 있다. 현재 추세를 따라가도록 하고 있다”며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가 여전히 높지만, 현재의 추이에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주 정부 다수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연방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 지침으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 지역은 대부분 마스크 지침을 해제한 상태다. 최근에는 뉴저지와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델라웨어, 오리건, 펜실베이니아 등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비교적 엄격한 방역 수칙을 시행해오던 주 정부도 마스크 의무화 해제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10일부터 사업장·점포에 대한 실내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해제하기로 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이달 말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매사추세츠주, 콜로라도주 덴버시, 로드아일랜드주도 이달 중 마스크 의무화가 종료된다.
AP통신은 “백악관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 제한을 완화하려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년간 조심스러운 접근을 했던 지역들이 방어 태세를 풀고 있다”며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우치 소장은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종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는 신규 확진자 수에 심각하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 ‘팬데믹 진정’ 국면이 올 것”이라며 “미국이 전면적인 대유행 단계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해 감염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면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곧 과거의 것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정기적인 백신 부스터 접종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저 질환이 없는 건강한 30대라면 4~5년에 한 번씩 정도만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NYT 집계를 보면 미국에서 1주일 평균 하루 신규확진자는 이날 24만540 명으로 2주 전보다 63%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1월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견된 이후 전 세계에서 50만 명의 새로운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중 약 10만 명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