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 “가장 뜨거웠던 경기…아무도 손 못 대게 달렸다”

입력 2022-02-10 01:37 수정 2022-02-10 10:04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질주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주종목인 남자 1000m에서 억울한 실격패를 당했던 황대헌이 1500m 경기에 대비한 전략은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레이스”였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스티븐 뒤부아(캐나다, 2분9초254), 세묜 옐리스트라토프(러시아올림픽위, 2분9초267)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앞서 준준결승과 준결승전에서도 모두 조별 1위를 차지하며 압도적 실력차를 선보였다.

그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1000m 경기도 깔끔한 경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더 깔끔한 경기를 준비했다. 깔끔한 경기 중에 가장 깔끔하게 경기를 하는 것을 전략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황대헌은 지난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 두 명을 추월하는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을 당했다. 그 경기에 억울해하고 무너지는 대신 티끌만한 논란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는 경기를 해내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도 제게 손을 못 대게 하는 게 전략이었다. (1000m 경기도) 깨끗하게 했지만, (결국에는) 깨끗하지 못했으니 그런 판정을 받았을 거다. 그래서 더 깔끔하게 아무도 나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황대헌은 앞서 실격패를 당한 뒤 기자들에게 “이 벽을 계속 두드려 돌파하겠다”면서도 ‘대비책이 있느냐’는 질문엔 “비밀이다. 여기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할 수 없다”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을 인용해 올리기도 했다.

권현구 기자

황대헌은 이날 승리한 후에야 “나도 사람이니까 안 괜찮았다”며 당시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그는 하지만 “‘괜찮다, 괜찮다’ 하면 사람이 괜찮아지기도 하지 않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계속 벽을 두드렸다. 절실하게 벽을 두드리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뒤돌아서서 포기하지 않고, 두드리면 언젠가 활짝 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마음으로 (조던의 명언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황대헌은 이날 준결승에서 박장혁(스포츠토토)과 경기를 한 뒤 페널티를 받은 중국의 런쯔웨이를 향해도 “런쯔웨이가 (경기를)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황대헌은 국민들의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안 좋은 상황 속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높은 자리에 오르게 돼 영광스럽다. 너무나도 많이 응원해주셔서 든든하고 따뜻해 힘을 냈던 것 같다”며 “동생에게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을 봤는데 따뜻한 말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내가 치렀던 경기 중 가장 뜨거운 경기를 펼친 것 같다”면서 이날 경기가 “내가 치렀던 경기 중 가장 뜨거운 경기였던 것 같다”고 전하며 활짝 웃었다.

황대헌은 또 “평창올림픽 때 (넘어지는) 두 번의 아픔이 있었다. 평창올림픽으로 내 마인드가 달라졌다”면서 “그래서 지난 1000m (편파 판정의) 아픔을 겪은 뒤에도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창올림픽은 나를 이렇게 성장시킨 대회”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