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늦었다” 한국인 비관론 66%→44% 줄었다

입력 2022-02-10 01:06

한국인 대다수가 지구온난화가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인식하는 가운데 ‘기후 변화를 막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 비관론은 최근 2년 새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만 해도 10명 중 6명이 비관론에 동의했지만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10명 중 4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39개국 평균 86%·한국인 93% “지구온난화 인류 심각한 위협”
한국갤럽은 글로벌조사네트워크 WIN(Worldwide Independent Network of Market Research)과 공동으로 지난해 10~12월 전 세계 39개국 성인 3만33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관련 인식’ 비교 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39개국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유럽 주요 국가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권 국가, 브라질, 페루 등 남미 국가들이 포함됐다. 조사는 대상자들에게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요 인식 7가지를 묻고 그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5~28일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39개국 응답자 대다수가 ‘지구온난화가 인류에 심각한 위협’(86%)이며 산불과 홍수, 허리케인 등 심각한 자연재해가 증가하는 것도 그 때문(81%)이라는데 동의했다.

이 중에서도 한국인은 10명 중 9명이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위협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39개국 평균보다 우려의 정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비관론 인식 국가별 정도. 한국갤럽 제공

하지만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비관론은 2019, 2020년 조사보다 줄어들었다. 2019년 조사에서 응답자 66%가 기후변화 대응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인식에 동의했지만, 이 같은 비관론은 2020년엔 54%로, 지난해에는 44%까지 내려왔다.

39개국 평균 비관론이 같은 기간 46%→40%→ 43% 정도로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과거에도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나 노력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있긴 했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 등 정책 변화와 함께 빨대·페트병 라벨 제거 등 기업의 활동 트렌드, 개개인의 노력 등이 많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인식에도 긍정적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내 노력으로 환경 개선 가능” 한국 75%, 세계 80% 동의
한국인의 기후변화 관련 인식 조사 결과 요약. 한국갤럽 제공.

한국 응답자들은 다만 개인 행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인식이 강했다. ‘개인의 행동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문항에 대해 한국 응답자는 75%만 동의한 반면 39개국 평균 동의율은 80%로 더 높았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개개인보다 기업과 정부의 실질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83%에 달했다. 39개국 평균 70%보다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또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52%로 39개국 평균치(44%)보다 높았다. 한국갤럽 측은 “기후, 환경 문제에 있어서 한국인이 기업과 정부에 더 능동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며, 그만큼 주목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들은 그러면서도 ‘환경을 배려한 제품에 비용을 더 지불할 용의도 있다(73%)’고 답해 노력의 의지를 보였다. 39개국 평균(6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한편 39개국 전체 응답자를 특성별로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지속가능성·환경 문제를 다소 더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 위협성 인식(남성 83%, 여성 88%), 개인행동의 환경 개선 기여에 대한 믿음(79%, 82%)과 환경 비용 감수(66%, 70%) 동의율이 모두 각각 여성이 3~5%포인트 높았다. 연령에 따른 인식 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