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올림픽 무대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기대치가 비교적 낮았던 남자 1500m에서 황대헌(22)이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여자 3000m 계주도 결승 무대에 진출했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 9초 219의 기록으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대표팀은 3명 모두 남자 1500m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준결승에서 가장 먼저 2조로 출발한 이준서(21)가 조 2위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고, 3조인 황대헌은 2위 그룹을 멀찍이 따돌리며 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왼손 피부가 찢어진 채 경주에 나선 박장혁(23)은 경주 중반 선두로 치고 나가는 등 분투를 이어가다 3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는 박장혁의 투혼이 다시 빛났다. 초반 맨 뒤로 처진 그는 서서히 순위를 높이다 앞선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인 틈을 타 3위까지 올라섰다. 후반부에 속력을 높여 중국의 강자 런쯔웨이를 앞선 채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런쯔웨이는 영상판독 결과 팔로 상대를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실격당했다. 각각 1·2조로 달린 이준서와 황대헌은 모두 조 선두로 결승에 진출했다. 중국 선수는 아무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결승에 3명을 보낸 한국 선수들은 초반 욕심을 내지 않고 뒤편에서 기회를 노렸다. 경주가 9바퀴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황대헌은 외곽을 돌며 선두로 치고 나왔다. 황대헌은 캐나다와 카자흐스탄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 역전을 노리는 걸 잘 견제하면서 선두로 결승선을 넘었다. 한국의 이번 대회 첫 번째 금메달을 확정하는 순간이었다. 이준서는 5위, 박장혁은 7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황대헌은 승리가 확정된 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황대헌은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m 준결승 1조에서 1분 26초 50으로 라인을 통과해 조 1위를 기록했지만, 어이없는 실격 판정으로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고등학생 때 참가한 2018 평창올림픽에서도 1500m 결승에서 막판에 넘어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날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서도 극적인 승부가 펼쳐졌다. 김아랑 최민정 이유빈 서휘민으로 주자를 구성한 대표팀은 경주 막판까지 2위를 유지하다 서휘민에서 김아랑으로 주자가 바뀌던 중 역전을 허용해 3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인 최민정이 무섭게 가속을 붙이며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선수를 제치고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들은 13일 결승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먼저 열린 여자 1000m 예선에서도 최민정은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1조에서 경주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나온 최민정은 마지막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고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존 올림픽기록을 0.718초 단축했지만, 2조에서 네덜란드의 수잔 슐팅이 다시 이를 경신했다. 슐팅은 여자 500m에서도 최민정이 평창올림픽에서 세웠던 올림픽기록을 새로 썼다.
이유빈은 캐나다 간판 킴 부탱, 중국의 장추통과 4조에 편성됐지만 어렵사리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킴 부탱이 마지막 바퀴에서 갑작스레 미끄러지면서다. 장추통은 이유빈에 밀려 탈락했다. 6조에서 달린 김아랑은 고배를 마셨다. 캐나다의 코트니 서로와 선두경쟁을 벌였으나 방심한 사이 벨기에의 한느 드스멧에게 추월당해 3위로 밀려 준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