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의도에 ‘한국판 실리콘밸리’ 세운다… “국회 부지 활용”

입력 2022-02-10 06:00

서울 여의도 지역 일대를 개발해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이 나왔다. 국내외 유망한 핀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을 한군데 유치해 ‘핀테크 집적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회의사당 이전 부지에 핀테크 인프라를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됨에 따라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9일 조달청에 따르면 영등포구는 최근 국가종합전자조달체계(나라장터)를 통해 ‘여의도 디지털국제금융중심지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공고를 게시했다.

이 연구의 목적은 동여의도(샛강역)부터 서여의도(국회의사당)에 이르는 여의도 부지에 핀테크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금융환경이 은행·카드·증권 등 전통산업에서 핀테크·가상자산 등으로 변화했다는 점에 착안해 여의도 일대에 핀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 계획에는 국회의사당 부지를 핀테크 집적단지로 재구성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한 뒤 해당 부지에 핀테크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관련 산업인프라를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활용방안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동여의도 일부 지역이 2009년 ‘여의도 금융산업 개발진흥기구’로 지정되는 등 노력이 있었지만, 그 뒤로 10년 넘게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며 “금융산업의 변화에 맞춰 낡게 방치된 ‘금융도시’를 혁신하겠다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 과정에서 국내외 핀테크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혜택을 어떻게, 얼마나 줄 수 있을지 고심 중이다. 가장 유력하게 고려되는 것은 유치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다. 또 해외 유망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거주 요건이나 사업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현재 동여의도 일부 지역으로 제한돼있는 금융산업 개발진흥기구를 국회까지 확대해 혜택 대상 기업 범위를 늘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여의도에 핀테크 기업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계획은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1일 ‘대전환의 시대, 글로벌 경제·문화를 선도하는 서울을 위한 7대 공약’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이 후보는 공약 발표식에서 “대한민국 금융중심지 여의도를 핀테크, 빅테크가 융합하는 미래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도 국회 이전 부지에 핀테크 산업단지를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송재호 홍성국 강준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으로 국회가 이전한 뒤 기존 국회 부지는 핀테크·바이오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이 같은 청사진이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세제 혜택·재정지원 등 문제는 세금 운용을 담당하는 중앙정부나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금융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금융당국의 제도적 개선 의지가 있어야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영등포구는 이번 용역을 통해 여의도 핀테크단지 조성개발안을 작성하고 각 주체와 협의해 개발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